단체급식에 가정간편식, 본격적인 ‘막’ 오르나
단체급식에 가정간편식, 본격적인 ‘막’ 오르나
  • 김기연·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7.1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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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급식과 가정간편식(HMR) (3)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의 가정간편식 시장 진입 선언 ‘긍정적’
식재료 제조·유통에 이어 가정간편식도 ‘시너지 효과’ 충분해

최근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이 급격하게 식품산업의 주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와 SNS 등에서는 가정간편식을 주제로 보도와 담론을 이어가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기관에서도 관련 산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간편식이 단체급식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가정간편식의 성장을 가속화시켰고, 이는 단체급식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본지에서는 ‘단체급식과 가정간편식’을 주제로 3회에 걸쳐 기획 보도를 연재한다.
- 편집자주 -


[대한급식신문=김기연·유태선 기자] 지난 1일 단체급식업계의 급식 분야 매출액 1위인 삼성웰스토리(대표 정금용)가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영양에 프리미엄이 더해진 간편식’이라는 컨셉으로 브랜드명을 ‘라라밀스’라고 명명했다. 라라밀스의 첫 제품은 불고기와 나물밥, 홈다이닝 요리 등 20종이다.

삼성웰스토리의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대형 위탁급식업체 중 오랫동안 매출액 1위를 유지해오는 동시에 우직하게 ‘급식산업’에 집중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타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외식산업과 컨세션 분야 확장 등에 힘을 쏟고,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출시했을 때도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 삼성웰스토리가 가정간편식 시장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것은 그만큼 간편식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단체급식과 가정간편식의 연관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급식업계 시너지된 식재료 사업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위탁급식사업을 운영해오면서 집중한 또 다른 대표적인 사업 분야가 ‘식재료 제조 및 유통’이다. 단체급식은 그 특성상 ‘대량의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업군으로, 특히 영양사가 식단을 미리 일정 기간 단위로 작성하기 때문에 식재료 종류와 소비량이 ’예측 가능‘하다.

이런 점에 기반해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대기업만의 장점을 살려 식재료를 직접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식재료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농산물은 계약 재배를 통해 공급했다.

이는 두 가지 큰 장점을 가진다. 식재료 단가를 조절할 수 있어 영업이익률이 낮은 위탁급식사업의 단점을 상쇄하는 동시에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장점을 살려 대기업 소속 위탁급식업체들은 자사 구내식당 운영 등을 맡으며 ‘시너지 효과’를 구현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 몇 년 전부터 강화된 정부의 ‘기업 간 내부거래 규제’였다. 같은 계열사 간의 거래를 부당거래로 보고, 일정 비율 이상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 급식 운영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게 된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급식사업 한계, 떠오른 ‘가정간편식’

이미 공공부문 급식 진출이 법으로 막혀 있는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병원급식과 휴게소·골프장 식음서비스와 같은 컨세션 분야 그리고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병원급식은 법 규제와 함께 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수익성이 예상만큼 높지 않았고, 컨세션 분야는 기대하는 만큼의 수주대상이 많지 않았다.

여기에 해외 진출은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외식산업 진출 또한 더욱 신중한 준비가 필요했다. 단체급식과 외식은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동일한 분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분야이기 때문.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열린 ‘로컬푸드 가정간편식 시식회’ 모습.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열린 ‘로컬푸드 가정간편식 시식회’ 모습.

이런 고민점에서 지난 2~3년 동안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진출을 시작한 분야가 가정간편식이다. 물론 아워홈처럼 10여 년 전부터 준비한 업체도 있으나 상당수 업체들은 가정간편식의 성장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준비를 해왔다.

앞선 사실과 같이 단체급식과 식재료 제조·유통 분야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었다면 가정간편식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최근처럼 운영비와 인건비가 큰 폭으로 높아져 전반적인 급식 운영비를 위협하는 시기에는 가정간편식의 쓰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간편식 사업은 삼성웰스토리가 지난 40여 년간 급식과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쌓아온 식음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라며 “신규 진출을 위해 지난 몇 년간 면밀히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급식용 ‘밀키트’, 아직 ‘시기상조’

현재 단체급식 분야에서 도입이 가장 원활하고 필요한 식재료의 조건은 품질이 좋은 대신 단가가 낮고, 조리과정이 간단하거나 조리가 필요 없는 식재료다. 비용 절감에 고심하고 있는 급식소가 단가를 줄이기 어렵다면 조리과정을 줄여서라도 조리원 수를 조절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최근에는 센트럴키친(중앙집중조리방식)의 반조리/전처리 식재료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정간편식이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을 중심으로 반조리·전처리 식재료와 함께 급식분야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주로 사용된 품목은 ‘디저트’류다. 아워홈 관계자는 “급식 이용자 입장에서는 신선한 식재료와 갓 조리한 음식을 기대하는데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한도 내에서 완성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의 급식소에 ‘밀키트(Meal Kit)와 같은 식품이 사용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이 현재 고비용 구조의 급식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밀키트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급식 이용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전면적인 사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급식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신선편의식품’ 이외에 주찬과 부찬, 후식류 중 한 품목에 집중하는 가정간편식이 현재의 급식산업에는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실리는 이유다.

로컬푸드로 만든 도시락.
로컬푸드로 만든 도시락.

다양한 급식용 가정간편식 가능성?

급식 관계자들의 관심은 앞으로 다양한 단체급식용 가정간편식 제품 개발이 가능한가에 쏠린다. 가정간편식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면서 사용이 확대되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사회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2조7천억 원인 반면 2022년에는 연간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외식 대신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시장규모 또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은 사실 단체급식에 최적화된 제품들은 아니다. 우선 단가가 적당하지 않고, 급식에 적합한 대용량 제품도 사실상 없다. 이 같은 실정에서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의 잇따른 가정간편식 시장 진입은 큰 의미를 갖는다.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중소규모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체급식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의 약점인 식감과 맛, 신선도를 보완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는 급식용이 아닌 일반용 제품이 대세지만, 급식용 제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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