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야기] 육회
[한식이야기] 육회
  • 한식진흥원, 한국외식정보(주)
  • 승인 2020.07.17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씹을 새도 없이 넘어가는 감미로운 맛
육회
육회

육회는 불에 익히지 않아 고기 속의 비타민이 전혀 파괴되지 않은 자연 상태로 섭취 하는 음식이다. 쇠고기의 살코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날로 무친 육회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기름기가 없는 소의 붉은 살코기를 가늘게 썰어서 간장, 다진 마늘, 참깨, 설탕과 고루 버무리는데 채 썬 배를 곁들여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 고기 맛을 아는 미식가들의 선택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육회를 먹었다. 쇠고기를 가늘게 채 썰어 양념에 무친 것은 물론이려니와 소의 내장으로 만든 갑회, 콩팥, 간, 천엽 등도 양념에 버무려 먹었을 정도다. 동치회(凍雉膾)는 겨울에 꿩고기로 육회를 만들어 먹는 것인데, 겨울철에 꿩을 잡아 내장을 빼고 눈이나 얼음 위에 놓아 얼린 다음 단단해진 살을 얇게 썰어서 초장과 생강, 파를 넣어 먹었다고 한다. 

■ 기름기가 없는 부위로 담백한 맛을 내는 육회

고기는 불에 익는 순간 단백질의 응고 현상으로 질겨지지만, 기름기가 없는 육회는 담백하면 서도 고소하며 입 안에서 씹을 새도 없이 녹아 버릴 정도다. 육회에 배를 곁들이는 것은 소화 효소가 있기 때문인데, 불고기나 갈비를 양념에 잴 때 배즙을 넣어 고기를 연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음식, 육회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임진왜란 때 중국 군사 10만 명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주둔하였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잘 먹는 것을 보고 더럽다고 침을 뱉었다.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한 선비가 말하기를 “‘논어’에 따르면 ‘공자님도 가늘게 썬 회를 싫어하지 않으셨고, 그 중에서도 짐승과 물고기의 날고기를 썰어 회를 만들었다’고 나오듯이 공자께서도 일찍이 좋아한 것인데 어찌 그대의 말이 그렇게 지나친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사람이 “소 밥통의 고기나 천엽 같은 것은 모두 더러운 것을 싼 것이다. 이것을 회를 해서 먹는다니 어찌 뱃속이 편안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중국사람은 잘 익은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이것은 오랑캐의 음식이다”고 욕을 하였다. 그러자 선비는 “회나 구운 음식은 모두 고인(古人)들이 좋아하던 것이다. 고서에도 기록이 많이 보이니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