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급식에 맞선 CCTV 설치 ‘논란 가열’
부실 급식에 맞선 CCTV 설치 ‘논란 가열’
  • 정지미 기자
  • 승인 2020.08.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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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린이집 부실 급식, 원희룡 지사 “조리실 CCTV 설치하라”
“실효성 없는 정책에 인권침해” vs “아동학대 예방처럼 효과 있다”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제주도의 상당수 어린이집이 부실한 급식을 제공한다는 폭로에 원희룡 도지사가 ‘조리실 CCTV 설치’라는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CCTV 설치는 ‘인권침해’라는 주장과 그간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맞물리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주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최근까지 도내 어린이집 488곳 중 30여 곳에서 “부실한 급식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에서 “A어린이집의 경우 평가인증을 받는 날만 제외하고 1년 내내 반찬 없이 국이나 물에 밥만 말아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먹인다”며 “심지어 학부모에게 보내는 식단표와는 달리 원아에게 오전 간식과 점심 모두 죽만 제공한 어린이집도 있다”고 폭로했다.

(좌)지난달 22일 제주도평등보육노동조합이 제시한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모습.
(좌)지난달 22일 제주도평등보육노동조합이 제시한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모습.

어린이집 부실 급식 파문이 터지자 제주도도 신속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원 도지사는 어린이집에 대한 불시 위생점검을 강화하고, 조리실 CCTV 설치를 지시해 파장이 더 커졌다.

이후 제주도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도내 488곳의 어린이집 보육실과 공동 놀이시설 등에 CCTV가 설치됐고, 이번 조리실 CCTV 설치 역시 실제 식단과 배식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행 의지를 밝혔다. 이어 어린이집 급식 공개를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사용 의무화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CCTV 설치가 공식화되자 찬반 논란이 격하게 나왔다. 일선 조리사들과 급식 관계자들은 인권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과거 아동학대 사건 등으로 인해 이미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된 마당에 실추된 급식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단 인권침해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자 제주도는 한발 물러서 조리실이 아닌 아동 식사공간에 CCTV 설치로 입장을 선회해 논란이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이번 논란을 접한 급식소 관계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 서대문구청은 2015년 일반 음식점의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해 손님들에게 공개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청은 2015년 일반 음식점의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해 손님들에게 공개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경북도의 한 학교 조리사는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식단표와 실제 식단이 맞는지를 확인하려면 식당에만 설치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조리실 CCTV 설치는 조리실 내 안전사고는 물론 연기와 습기 등으로 인해 CCTV 성능도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급식 관계자도 “부실 급식과 관련 부정적인 보도를 접한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CCTV보다 위생점검과 책임자 처벌 강화 등이 보다 효과적인 조치임에도 굳이 CCTV 설치를 언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반면 서울의 한 급식 관계자는 “과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CCTV 설치가 의무화됐고, 실제로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라며 “개인 공간이 아닌, 조리실에 CCTV 설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급식 관계자는 “어린이집 급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며 “CCTV 설치라는 처방으로 투명성과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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