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학교급식… 터지는 아우성
예측 불가능한 학교급식… 터지는 아우성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8.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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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안 보여 두려운 ‘학교’… 또다시 갈 곳 잃은 ‘농가’
이대론 죽는 길 ‘식재료 업체’… 상황 난감한 ‘기자재 업계’

■학교 - 종착지 안 보여 어찌할꼬

상당수 일선 영양(교)사들은 일단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올해 2월 신천지로 인한 집단 확산과 5월 이태원 클럽발 확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가 내놓았던 정책이 전면 원격수업이었고, 그때마다 급식소는 매일 큰 폭으로 변하는 식수인원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광화문 집회 이후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면서 곧 전면 원격수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1학기 내내 방역작업과 함께 급식운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또다시 이렇게 되니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수도권지역 원격수업 전환으로 고등학교는 3학년을 위한 급식을, 초등학교는 돌봄교실 학생들을 위한 급식으로 결국 축소돼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식재료 공급과 급식 단가다. 돌봄교실 학생들에게 정상 급식을 제공하라는 교육부 지침으로 급식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은 식수인원이 매우 적어 식재료 단가 맞추기 등 실제 운영은 녹록하지 않다.

게다가 그동안 학교가 식재료를 공급받았던 경로 또한 쉽지 않다. 특히 서울의 경우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공급받았으나 고교 3학년이나 돌봄교실 원아만으로는 물량이 적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공급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 이는 다른 지역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선 교육청은 ‘식재료 공급이 불가능하면 이동·운반 급식이나 도시락을 제공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같은 지침은 수도권지역 교육청이 대부분 비슷하며, 도시락 공급을 결정한 학교에는 최대 5000원까지 급식비를 지원한다.

교직원 급식 여부도 관건이다. 이미 올해 1학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교직원 급식 방침은 교육청마다 다르다. 지난달 25일 일선 학교에 ‘교직원 급식을 학교급식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서울교육청과 다르게 인천교육청은 교직원 급식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겼고, 경기교육청은 이미 올해 초부터 교직원 급식을 학교급식과 분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전면 원격수업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1학기에 겪었던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의 영양교사는 “적지 않은 교직원들이 학교급식 시스템과 관련 법에 대한 이해 없이 ‘왜 안 되느냐’는 식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학교급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비정상 급식을 운영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변을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두렵다”며 “전면 원격수업이 종료되어도 단축수업과 교차수업 등으로 식수인원은 예년에 비해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급식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농업계 -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수도권지역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주요 소비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는 농지가 없어 경기도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 상당수가 학교급식에서 소비된다. 경기도 집계에 따르면, 이 같은 비율은 매년 늘어 2015년 31%에서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섰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면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들은 판로를 잃고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계약재배를 통해 학교급식 납품을 약속받은 상태에서 출하 시기를 학교 개학에 맞춰 운영해 온 농가들에게 급식 중단은 그야말로 ‘날벼락’에 가깝다. 게다가 친환경농산물은 농약 등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 사용해 일반 농산물보다 보관 기간도 짧다. 경기도가 파악한 도내 친환경농산물은 지난해 수매량까지 합해 약 3000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정부와 지자체는 농가 살리기에 나서 ‘농산물 팔아주기’와 급식용 농산물을 활용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각 가정에 보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조짐도 있어 급식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는 “매년 9월은 전통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라며 “공공조달을 통해 공급되는 농산물은 계약재배 형태라 가격 변동이 없지만, 공공조달이 아닌 농산물 가격은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급식 중단으로 오히려 가격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9월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학교 개학과 함께 급식 식재료로 많은 농산물이 사용되기 때문인데 올해는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농산물 가격 폭등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가격이 오르긴 올랐지만, 예년에 비하면 매우 낮은 인상 폭”이라며 “급식운영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만, 농가들의 한숨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전했다.

■식재료 업체 - 이대로라면 모두 도산

학교급식 구성 주체 중 최악의 상황에 처한 분야는 다름 아닌 식재료 공급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과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및 학교급식지원센터 그리고 이곳과 연관된 식재료 공급업체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으로 식재료 공급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가 경기도 시흥시의 한 초등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으로 식재료 공급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가 경기도 시흥시의 한 초등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모습.

eaT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1년간 입찰에 참여한 기록이 있는 업체는 모두 4800여 개. 그러나 이 업체 중 상당수는 올해 수입이 ‘0원’이다. 입찰 기회와 금액이 모두 크게 줄어들어 업체 입장에서는 납품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아예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eaT에 등록된 업체 절대다수는 사실상 학교급식에 ‘올인’한 업체여서 수입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기도 하다. eaT 측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공급 불안으로 인해 도산과 휴업을 선택한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업체들을 어렵게 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변수였다. 학교에서 정한 식단대로 식재료를 준비한 업체는 당일에도 큰 폭으로 바뀌는 식수인원으로 인해 미리 준비한 식재료를 폐기해야 했던 사례가 부지기수였고, 이는 고스란히 업체들의 손해로 누적됐다.

이 같은 어려움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도 마찬가지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그동안 우수한 공급업체를 선별해 서울지역 각 학교에 식재료 공급을 맡겨 왔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소속된 업체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까지 모두 120개. 이들은 생산 농가와 연계해 공급을 전담하고, 가공식품은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 종사한 기간이 30년인데 지금처럼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다”며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데다 이대로 한두 달이면 도산하지 않을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자재 업계 - 예측 안 되는 코로나 ‘난감’

급식 분야 기자재업체들도 당초 방학 중에 예정했던 급식실 리모델링이나 설비공사 등이 짧아진 방학 탓에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부 학교는 올해 상반기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기자재나 소모품성 조리도구 교체는 올해 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에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방역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진 작업이 아닌 경우 공사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세의 예측이 불가능해 학교와 영양(교)사 모두 관망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기자재업체 관계자는 “당장 꼭 필요한 품목이 아닌 경우 구입을 뒤로 미루는 학교도 있으며, 영양(교)사들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외부인 출입도 철저하게 차단돼 영업활동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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