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법조칼럼] 영양사를 향한 집단 괴롭힘
[조성호 법조칼럼] 영양사를 향한 집단 괴롭힘
  • 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20.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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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최근 대구의 한 경찰서 식당에 근무하던 영양사가 수개월간 경찰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해당 영양사는 일부 폭행도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괴롭힘의 주체가 다름이 아닌 경찰이라는 점과 괴롭힌 배경이 ‘밥맛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만일 이 언론보도가 모두 사실이라면 해당 경찰들은 단순한 징계를 떠나 폭행, 협박 또는 업무방해 등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며, 해당 경찰서장 등 고위 간부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이들 또한 범죄행위 방조나 동조한 것으로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 언론보도를 접하며 경찰서에서조차 영양사가 이런 대우를 받았다면 다른 곳에서 영양사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고객 폭언 등으로 힘들어했던 콜센터 등 서비스업 종사자, 즉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소위 ‘감정노동자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 종사자에 대한 폭언 및 폭력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 같은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근로자의 업무를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급식소에도 감정노동자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 종사자로 영양사를 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 더 나아가 영양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발생할 경우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할 사업주는 누구일까. 그리고 통상 영양사가 1명밖에 없는 급식소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급식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영양사의 고초는 급식 이용자와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급식소에 1명이 근무하는 영양사는 급식 이용객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다수의 조리원들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조리원들의 연령대가 영양사보다 높아 이들을 대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영양사들이 전문인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과도 있기는 하다. 작년 4월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르면, 영양사는 의사 및 약사 등과 함께 당당히 보건의료의 한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인으로 포함됐다.

이 같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보건의료인력의 인권보호를 위한 ▲환경 조성 ▲인식 개선 의무와 인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보건의료인력 등에 대한 ▲상담 및 지원 업무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 노동시간 확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이 이뤄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영양사에게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영양사에 관한 직접 규율법인 ‘국민영양관리법’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영양사 보호에 관한 내용보다는 영양사 면허 등에 관한 내용만 있다. 즉 보건의료인력지원법과 국민영양관리법 등에 따라 대외적으로 영양사의 지위는 명확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영양사를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수단이 부재한 것은 현실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 급식이 ‘공공급식’이라는 더 큰 명분으로 대한민국 정책과 산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의 최일선에서 영양사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보호 사각지대가 아닌,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와 영양사단체, 그리고 영양사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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