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법조칼럼] 어느 조합의 조합원 제명
[조성호 법조칼럼] 어느 조합의 조합원 제명
  •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20.09.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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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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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고등법원 춘천 재판부는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군에 소재한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이하 횡성축협)이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횡성한우협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제명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횡성축협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2심 항소심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이다.

이 같은 2심 판결에 따라 패소한 횡성축협이 상고하여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의 협동조합과 기타 자발적 모임 단체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할 것이다.

우선 조합원의 지위라는 것은 해당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조합원을 제명할 때에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절차가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조합 혹은 조직들이 외향적으로는 자발적 결사체로써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조직의 대표나 상부 몇몇에 의해 운영되는 폐쇄적인 형태를 지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들은 조직의 수장이나 지도부에 반하는 회원이 있는 경우 이들의 의견 반영 또는 설득보다 강제 퇴출시키는, 이른바 ‘제명’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명이 남발되면 결국 그 조직은 건전한 비판성을 상실하고, 조직 전체의 이익보다는 주요 세력 일부의 뜻과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 결국 조직이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자는 조직 지도부가 아닌 일반 조직원 또는 제명된 조직원들이다. 자발적 결사체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농식품 업계에는 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단법인과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들도 많다. 이처럼 조직과 모임들이 많이 활성화되는 것은 최근 어려움을 겪는 농식품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주고, 이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여건을 공동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이들 조직이 애초의 목적으로 활동할 때의 이야기이다.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조합장 후보들이 선거 때에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너도나도 주장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전체 이익보다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데 몰두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더해 자신을 반대하거나 생각이 다른 조합원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조합장 선거가 본래 협동조합 목적대로 운영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러한 날 선 비판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비판에서 벗어나 어떤 조직이 전체 조직원의 이익에 부합되기 위해서는 그 내부에 건전한 비판의 통로가 열려있고, 그러한 비판에 불이익이 없는 확고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함께 구성원들의 인식이 공유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최근 횡성축협이 조합원들을 제명한 것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바람직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이번 판결로 이제 농·수·축협에서는 조합장에 대해 쓴소리를 하더라도 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각 협동조합의 조합장뿐만 아니라 다수의 뜻에 따라 선출된 대표들이 자신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더욱 확산되길 희망한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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