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부실 급식 막자면서… 뒷걸음친 ‘교육부’
유치원 부실 급식 막자면서… 뒷걸음친 ‘교육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10.14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양교사 배치기준, 원아 200명 이상’ 이런 개정 왜 하나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 오히려 법제화를 시킨 셈” 비판 쇄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 유치원의 부실 급식과 식중독사고를 막고,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학교급식법’ 개정안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을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유은혜)가 발표해 질타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유치원을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하도록 개정한 학교급식법이 올해 1월 시행됨에 따라 이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시킨 반면, 원아 50인 미만의 사립유치원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급식법 적용대상에 포함해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그동안 크게 논란이 된 영양교사 배치는 원아 200명을 기준으로 했다. 급식을 위한 시설과 설비를 갖춘 유치원은 설립 구분과 관계없이 영양교사 1명을 두도록 했지만, 원아 200인 이하의 유치원은 제외시켰다. 그러면서 같은 교육지원청 관할구역에 있는 2개 이내의 유치원은 공동으로 영양교사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원아 100인 이하의 유치원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감은 각 교육지원청에 영양사 면허를 소지한 전담직원을 둘 수 있고, 이 경우 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는 유치원은 영양교사를 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학교급식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직원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급식지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학교급식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직원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급식지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는 유치원에 적합한 영양관리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이번 개정안 시행 이전부터 운영해온 유치원은 일부 시설기준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했다. 이와 함께 급식 보존식 보관의무를 법령으로 명시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수업일 조정으로 학교급식 제공일이 줄어들면서 위생·안전관리기준 이행 여부 확인·지도를 연 2회 이상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필요한 경우 교육부 장관 또는 교육감이 급식시설 등에 대한 확인·지도 횟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급식시설 등의 확인·지도를 실시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해당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하는 의무조항도 삽입했다.

큰 관심을 모았던 교육부의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자 급식 현장에서는 비판을 넘어 허탈감마저 보이고 있다. 교육부의 기준 설정을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유치원급식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개정된 학교급식법임에도 이 보다 퇴보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학교급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령(안)에서 제일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200인 이상 유치원에만 영양교사를 단독으로 배치하도록 한 규정이다.

실제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원아 수와 관계없이 이미 100인 이상 유치원은 대부분 영양사를 단독 고용해 급식을 운영하고 있어 실효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총 9000여 개 유치원 중 원아 200인 이상 유치원은 200여개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절대다수가 사립유치원이다. 유치원 영양교사 배치를 어떻게든 줄이기 위한 교육부의 ‘눈물겨운 노력’이란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국·공립유치원부터 단독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차근차근 영양교사를 배치하면 되는데 교육부가 영양교사 배치기준을 턱없이 낮춰 또다시 영양교사 없는 급식운영 법제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적폐 중 적폐’ 공동관리 존속

무엇보다 100인 이상 유치원을 공동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유치원급식의 ‘적폐 중 적폐’였던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를 고스란히 존속시켰다는 점에서 비판 수위가 더욱 높다. 경기도의 한 영양사는 “1000명 식수의 급식소 1곳보다 100명의 급식소 2개를 운영하는 것이 업무량도 훨씬 많고 사고 위험도 높은데 교육부가 얼마나 학교급식 업무에 대해 무지하고 영양사 업무를 하찮게 여기는지 절실히 깨달았다”며 “얼마 전 안산의 유치원 식중독 사고가 왜 생겼는지 교육부는 그새 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지원청 내에 유치원 전담 영양사를 두겠다는 교육부 방침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011년 시도해 호평을 받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와 유사한 이 방침은 현재 학교급식 또는 유치원급식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울뿐더러 효과 또한 극히 적어 또 다른 형태의 ‘공동관리 급식소’를 양산하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식약처가 센터에 투입되는 예산만 1년에 800억 원 이상인 데다 1개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최소한 4명 이상이다. 여기에 관리하는 급식소가 많아질수록 직원 수도 늘어 올해 1월 기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수원시센터의 직원은 무려 18명에 달한다. 1개 센터가 관리하는 어린이급식소는 최소 50여 개에서 많게는 400여 개. 관리해야 할 어린이급식소가 너무 많아 센터 소속 영양사들이 1년에 두 차례 방문도 힘든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1명의 교육지원청 소속 영양사는 배치가 되더라도 엄청난 업무량으로 인해 그 효과는 매우 적을뿐더러 오히려 ‘지적 회피용’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현실 도외시… 급식 포기인가?

현실을 도외시한 이번 교육부 판단은 1명의 영양사가 교육지원청 내 수십여 개의 유치원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어서 ‘탁상공론’을 넘어 급식을 아예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사는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개정안을 내놓았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오전 간식과 중식에 이어 오후 간식까지 모두 해야 하는 유치원은 사실상 3식을 하는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데 이런 현실은 도외시하면서 유치원급식에서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영양사는 “센터의 활동도 만만치 않아 현장에서는 관리를 거부하는 어린이집이 적지 않았고, 실제 센터의 관리를 받아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많았다”며 “교육부가 마치 영양사 면허증만 걸어놓으면 급식사고가 없어지고 급식의 질이 높아진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부살이 ‘병설유치원’, 언제까지…

그간 학교급식에 ‘더부살이’를 한다는 오명을 받아왔던 병설유치원 또한 결과적으로 이번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에서 외면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병설유치원 급식은 일선 급식 현장은 물론 국정감사의 지적에서도 ‘단골손님’이었다. 초등학생과 성장 정도가 완전히 다른 유치원 원아들에게 적합한 급식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영양(교)사가 법적 근거도 없이 병설유치원 급식을 ‘떠맡아야’하는 문제도 있었다. 또한 무상급식비를 활용해 유치원 원아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초등학교와 학사일정이 다른 유치원은 방학 중에도 급식이 필요하기도 해 학교 내 갈등요소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학교급식법 적용대상에 50인 이하 유치원이 제외되면서 절대다수 병설유치원은 또다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 됐다.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법 적용은 받지 못하는데도 유치원 원아를 위한 영양량 기준은 만들어졌으니 이제부터는 식단을 반드시 2개 만들어 제공하라고 지시할 것인가”라며 “급식 정책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해도 되는 건지 교육부 장관에게 따져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내내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의 급식 실태를 점검한 후 내린 개선안”이라며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받고 있는 단계여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