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들려줄게] 된장찌개
[한식을 들려줄게] 된장찌개
  • 한식진흥원
  • 승인 2020.10.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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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이 좌우하는 국민 음식

된장만큼 어디든 들어가면 풍미를 돋우는 식재료가 또 있을까. 조리도 지나치리만치 간단하다. 잘 푼 된장을 물에 넣어 끓이기만 하면 끝. 된장찌개의 역사는 장의 탄생기부터 콩의 원산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콩의 원산지에서 출발한 된장의 역사 
된장찌개가 더 익숙하지만 또 다른 이름은 토장찌개. 된장을 기본으로 채소와 두부, 어패류, 고기 등 갖가지 재료를 섞어 팔팔 끓이는데 무얼 넣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실 ‘찌개’란 말은 조선시대부터 시작, ‘시의전서’에 등장한 ‘조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콩의 원산지는 중국 만주 남부, 본래 맥 족의 발생지이자 고구려의 옛 땅으로 한반도에서 콩을 가장 처음 먹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땅덩이 곳곳에서 콩의 야생종과 중간종이 여전히 발견되는데 여러 문헌과 고고학적 자료, 유전학적 고증을 통해 4000년 전부터 콩을 재배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콩 문화의 발상지인 한반도에선 꽤 오래 전부터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갔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납폐 품목에 장·시(메주) 등을 포함시켰는데 그만큼 ‘된장’은 없어서는 안 될 식생활의 기본 식품이었다.
   물론 장의 개념 자체는 고대 중국이 먼저 선보인 게 맞다. 하지만 된장찌개의 주재료인 장은 태생부터 전혀 달랐다. 즉 중국의 장 가공 기술을 들여와 새로운 형태의 장을 재창조해낸 셈. 태동기 시절 된장은 간장과 된장이 섞인 듯 걸쭉했으며, 이웃 나라인 중국에도 전해져 중국인들은 고구려인의 발효식품 기술을 부러워하며 된장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칭했다. 이어 한반도의 장 담그는 법은 8, 9세기경 일본으로도 전파돼 ‘증보산림경제’엔 거의 유사한 된장 제조법이 나타난다.
   된장과 간장을 구분한 건 조선시대부터. 당시 ‘고조리서’는 간장과 된장을 담그는 법부터 실제 조리에 사용하는 법까지 세세히 다뤘는데 처음에 된장은 기름진 음식의 향신료 정도로 사용됐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국이나 찌개의 기본양념으로 쓰이며 된장의 시대가 서서히 열렸다. 그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는데 일제강점기 기름과 고기를 넣어 오늘의 담백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 식문화 따라 일상식으로 거듭난 된장찌개
   앞서 말했듯 된장찌개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한식 밥상에 일상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발효식품인 장 문화가 발달해 일본에선 미소를, 중국에선 황장과 두장을 즐겨 먹었는데 장을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먹는 식문화는 한반도의 된장찌개가 유일무이하다. 
   다시 말해 된장찌개의 존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다. 일본의 미소나 중국의 황장을 찌개처럼 끓이거나 나물을 넣어 국을 만들면 그 이유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니 궁금하면 도전해봐도 좋다. 게다가 일본의 미소도 8~9세기 무렵 된장(미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변형된 것으로 보는데, ‘미소’란 발음도 ‘미장(전통 된장)’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쉬운 조리 과정도 된장찌개의 대중성에 한몫 했다. 쇠고기를 다지고, 마늘을 얇게 저미고, 파는 채 썰어 뚝배기에 담으면 기본 재료 준비 끝. 여기에 된장을 잘 갠 다음 쌀뜨물을 부어 중간 불에서 끓이다 두부와 버섯 등 원하는 재료를 더해 다시 끓이면 완성이다. 된장과 함께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조금 섞기도 하며, 부재료는 계절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즉 여름이면 풋고추, 가을이면 버섯, 겨울이면 시래기가 환상의 짝꿍. 팁이라면 시래기나 무 등을 넣을 땐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이는 게 좋고, 버섯이나 두부를 넣을 경우 그보다 센 불에서 끓이는 게 좋다.
   사촌뻘인 강된장찌개는 순수하게 장맛을 강조한다. 삼삼하고 맛이 좋은 된장을 주인공으로 작은 뚝배기에 끓여 그대로 상에 놓는다. 곱게 다진 쇠고기, 파와 마늘 다진 것, 참기름, 잘 갠 된장을 잘 섞어 골고루 무친 뒤 속뜨물을 붓고 뚝배기에 담아 밥솥에서 찐다. 

   그런 다음 잘게 썬 풋고추를 넣고 약한 불에서 잠시 끓이는데 양념장처럼 밥에 덜어 쓱쓱 비벼 먹으면 진정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된장찌개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
   여러 요리에 두루두루 사용된 장은 누가 뭐래도 찌개를 만들 때 최고의 풍미를 발휘한다. 구수한 맛과 쿰쿰한 냄새를 피우는 장에 고기와 채소, 두부, 버섯 등 각종 부재료가 맛의 시너지를 높이는 된장찌개. 아마 그래서 된장찌개가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것이리라. 쌀쌀해지는 가을, 괜스레 고향의 맛이 그립다면 자그마한 뚝배기에 잘 익은 된장을 풀어보자. 오늘 저녁도 된장찌개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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