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급식 순항할까
친환경급식 순항할까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1.02.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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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물가상승…현행 식대 감당 못해

 

‘뒤뚱거리는’ 친환경급식 출범 가파른 물가상승…현행 식대 감당 못해
지자체 예산 지원 시행 정착에 ‘도우미’ 

 

 

 

 

3월부터 실시될 친환경 급식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식당의 배식 장면.

 

3월 신학기부터 대구와 울산, 대전 등 일부 시·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전면 또는 부분 무상급식이 시행된다. 무상급식 시행과 함께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가 바로 친환경 급식이다.


친환경 급식은 말 그대로 3년 이상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생산된 유기농 농산물 또는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 식재료 등을 사용해 조리한 급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급식의 만족도와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우리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효과가 있다.

또한 비만과 아토피 등 소아 성인병을 감소시키고 건강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친환경 급식은 그야말로 무상급식과 함께 학교급식의 2대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식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친환경 급식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정된 1식 식비에 기인하고 있다.

현재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확정한 시·도에서 책정한 1식 식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식 당 1700원∼2500원대. 물론 이 금액에는 인건비와 기타 관리비 등이 포함됐고, 순수하게 식재료 구입에 사용 가능한 금액은 식비의 70∼75% 선이다.

무상급식의 식비로 책정된 금액은 과거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학부모가 납부했던 급식비에 비해 적은 액수는 아니며 오히려 서울이나 충남 지역의 경우 예전 평균 단가보다 올랐다. 문제는 구제역과 AI의 여파로 최근 들어 육류가격이 치솟고 있고 야채 류의 가격도 덩달아 인상되는 등 식재료와 관련한 물가상승률이 계속 가파른 곡선을 그리는데 있다.

특히 과거에는 지자체 등에서 친환경 농산물의 학교급식 사용을 위해 개개 학교에 1인 1식 당 100∼150원 정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무상급식 실시에 따른 재원 마련으로 향후 지자체의 개개 학교 별 친환경 농산물 사용 지원이 불투명해진 상태이다.

여기에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예전처럼 학교급식운영위원회를 통해 물가 상승을 반영, 급식비를 인상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천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친환경 급식이 아이들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식재료비의 인상폭을 보면 현행 식대로는 친환경 급식은 고사하고 일반 식재료를 이용한 식단을 구성하는데도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친환경 급식은 결국 책정된 1식 식비와 식재료 가격 인상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식재료 가격도 상승했지만 인건비나 기타 관리비까지 줄줄이 상승해 현재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지직거래 등 구매 다변화 모색해야
급식센터 공익적 지원체계 구축 시급


◆현행 수준 친환경 급식 가능= 물론 지역에 따라, 그리고 책정된 1식 식비의 차이에 따라 다른 반응도 있다. 경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급식현장에서 사용되는 200여 식재료 중에 친환경 식재료는 10% 수준”이라며 “절대 친환경 급식은 어려울지 모르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준의 친환경 급식은 지금 식대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도 교육청 역시 식재료 가격이 인상됐지만 생산자와 직거래 또는 친환경 유통센터,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을 이용하면 친환경 급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현재 책정된 1식 식비는 과거 평균 급식단가에 비해 인상된 금액”이라며 “특히 서울은 친환경 급식을 일단 쌀부터 시행하는데 특히 쌀 가격은 다른 식재료에 비해 등락 폭이 적어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식재료비 상승에 따른 친환경 급식의 시행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교육청의 경우는 친환경 급식의 시행과 정착에 보다 더 긍정적인 입장이다. 문승식 제주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주무관은 “금년에도 도에서 친환경 급식을 위해 1식당 300∼400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친환경 급식이 확대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작년까지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친환경 급식을 시행한데 이어 올해는 그 대상을 사립 유치원까지 확대하고 친환경 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도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활한 시행과 정착 공감대 형성= 급식현장의 영양교사들이나 각 시도 교육청은 친환경 급식의 원활한 시행과 정착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식재료 인상과 인건비, 관리비 인상 등으로 친환경 급식이 쉽지는 않겠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영양교사의 책무”라며 “일단 3월의 식단 구성부터 친환경 급식을 감안한 메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환경 급식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유통체계의 혁신이나 공익적 지원시스템의 가동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친환경 식재료 구입시 현재와 같은 다단계를 거치는 유통체계에서는 아무리 1식 식비가 높게 책정돼도 물가 상승이나 구제역 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친환경 식재료의 구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선희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기존의 유통망을 이용할 경우 친환경 급식의 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친환경 쌀이나 식재료를 생산농가와 직거래하는 등 유통 전달체계를 혁신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 같은 공익적 지원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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