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입맛 절로 행군다”
“햄버거 입맛 절로 행군다”
  • 장일암 기자
  • 승인 2011.02.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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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체험학교 운영 서민수 영양교사

 

“햄버거 입맛 절로 행군다” 전통음식체험학교 운영 서민수 영양교사(서울 화원중학교) 

 

 

 

 

서민수 교사가 전통음식체험학교 활동내역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비만 비율이 남학생의 경우 20%대에 육박하는 등 비만연령의 하향화 추세가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이미 전통한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긴 했지만 햄버거사랑, 콜라사랑에 빠진 청소년들의 입맛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리고 서구화된 사회에서 ‘전통’의 의미조차 희미하게 퇴색되어 가는 세태를 바로 잡아줄 희망이 음식문화에서도 움틀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들을 안고 전통음식체험학교를 이끌고 있는 서민수 교사를 만나보았다.

급식 준비로 바쁠 시간이지만 교무실 앞까지 마중 나온 서민수 영양교사는 연신 서글서글한 미소, 목소리의 표정까지도 밝은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경력 14년차의 베테랑 교사다.

“전통음식 체험에는 아이들 24명과 학부모 64명, 교사 12명이 참여한다”

-언제부터 전통음식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졌나.
“한식의 우수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영양교사로서 이런 전통음식 교육을 담당하기까지는 병원근무와 위탁급식회사에서 메뉴 개발 같은 실무경험을 하면서 전통음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됐다. 교사로 임용되면서 언젠가는 학교에서 이런 운동을 전개했으면 하던 차에 마침 우리 학교가 시범학교 공동체로 선택돼 내가 갖고 있던 전통음식 사랑이 구체적인 교내활동으로 실현됐다.”

 

 

 

 

전통음식 체험장.

 

-전통음식 체험교육을 실시해본 결과 흡족한가.
“전통음식 체험은 토요일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하고 있다. 아이들 24명과 학부모 64명, 교사 12명이 참여한다. 전교생 숫자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이지만 아이들이 한식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한 건강 증진 페스티발에도 출전하는 등 한식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고 있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크푸드, 인스턴트 음식, 서구식 식단에 굳어진 입맛을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
“그렇죠, 2008년 급식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전통한식보다는 스파게티, 돈가스, 크림수프 등을 더 선호한다. 하루 아침에 아이들 입맛을 바꾸기는 힘들다. 그래서 전통음식 체험교육이 더 필요한 것이고, 일년 간 활동해본 결과 그 효용성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

서 교사는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2010년 활동에 대한 브리핑 자료를 보여줬다. 그동안 체험학교 활동의 열매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전통음식체험학교는 녹색 식생활을 지향하는 식생활 체험이 주요 포커스다. 꿈나무 요리봉사반, 학부모 전통음식 연수,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봉사, 농촌마을 체험(팜 스테이) 등 동아리 활동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화원 중 전체 급식에도 녹색 식생활 실천이 연계돼 있다.

 

 

 

 

전통음식 체험장.

 

-아침 먹고 으라차차 캠페인, 우선 이름부터가 재미있다. 아침 거르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 어떻게 계도하고 있나.
“쌀을 중심으로 하는 아침식사 체험운동이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 2008년 보건복지부 조사로는 아침식사 결식률이 26%에 이르는데 간단한 주전부리를 식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까지 포함되면 결식률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학교 전체 학생들에게 매월 1회 1교시 시작 전에 전통떡 1개와 우유를 제공하고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 날과 비교체험을 시켜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학교에서는 우유급식을 의무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화원중학교는 아침식사 운동과 함께 매주 1회 우유급식을 실시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비해 청소년기에는 우유 섭취로 인한 유당 불내증을 갖는 아이들이나 우유 취식 후 거북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대체식으로 두유를 공급해 준다. 전체 학생 1,131명 중 266명이 두유 급식을 받고 있다. 이 또한 서교사가 병원생활을 하면서 알레르기에 대한 병원의 대체식 급식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한다.

“전학년, 교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한국전통음식의 날을 운영한다”

-화원중의 일주일치 식단을 살펴보니 학교 전체 급식에도 전통음식을 반영하고 있다. 예산 관계상 쉽지만은 않을텐데.
“공동체 시범학교 예산으로 년 3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이것을 26명 동아리 학생들을 위해서만 쓰는 것보다는 학교 전체에도 혜택을 주는 것이 좋을 듯해서 전학년, 교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을 한국전통음식의 날로 하고 있다.”

 

 

 

 

전통음식 체험장.

 

기자가 2010년 11월 메뉴 구성을 살펴보니 통밀밥, 배추김치, 고사리나물, 찹쌀유과, 굴부추장떡, 사골떡국으로 구성됐거나 흑미밥, 홍합미역국, 매운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인절미떡케이크, 돼지갈비찜 등의 식단으로 짜여있다. 전통 식단에 이미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지극히 보편적인 한국음식들이지만 청소년기 학생들의 경우에는 피자나 햄버거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식품들이 많기에 의미가 있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과 주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전통음식 체험은 비단 동아리 학생들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제 전교생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추장 직접 담그기, 저탄소 음료 만들기(매실청, 오미자청), 텃밭 일구기 등 도시의 아이들이 이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집중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동아리 학생들 중에는 커서 떡집을 하겠다는 아이들도 있다. 전통음식 사랑이 싹튼 것이다.”

서민수 교사의 말대로 화원중학교에는 전통음식 사랑의 쏠쏠한 재미가 이웃사랑 환경사랑으로까지 이어지며 아름드리나무로 커나가고 있었다.


장일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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