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식품알레르기 표시의 진정한 의미
[카페테리아] 식품알레르기 표시의 진정한 의미
  • 한영신 식생태문화협회 회장
  • 승인 2020.11.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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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신 식생태문화협회 회장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연구교수
한영신 대표
한영신 대표

우리나라 최초의 식품알레르기 클리닉은 1998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일 교수님이 만드셨다.

어린이는 질병과 함께 성장발달을 위한 영양을 잘 살펴야 한다는 이 교수님의 뜻에 따라 영양학을 전공한 필자는 그분과 함께 진료실에서 식품 관리를 맡게 되었다. 이렇게 식품알레르기 관리와 연구를 한 세월이 20년을 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년 넘게 식품알레르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받아주지 않아 부모와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것을 지켜보게 됐다.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음식에 위험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식품알레르기 교육을 받지 못해 사고의 두려움으로 아이를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식품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낮아 발생하는 일들이라 안타까움이 컸다.

그러던 중 2014년 학교에서 발생한 식품알레르기 아이의 사망 사고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교육과 함께 국가는 식품알레르기 관리를 강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알류(가금류만 해당), 우유, 메밀, 땅콩 등 총 22개 품목 함유 제품에 대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양과 관계없이 원재료명 표시란 근처에 바탕색과 구분되도록 알레르기 표시란을 마련해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식품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원인 식품을 잘못 섭취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식품알레르기 표시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했다. 인천시 관내 수입과자 전문점과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제품 56건(과자류, 초콜릿가공품, 캔디류 등)을 유전자 증폭기술(PCR)법으로 검사해 이 중 20건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우유, 밀, 달걀, 토마토, 땅콩이 검출됐지만, 제품에는 표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식품 제조업자 입장에서 식품알레르기 표시는 규제이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기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자 중 누군가는 위반사항에 대해 법적으로 큰 문제될 게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마도 식품알레르기 표시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품알레르기는 특히 어린이에게 발생 확률이 높고, 과도한 반응으로 쇼크가 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 전국 병원 조사에서도 생명이 위험한 쇼크로 응급실을 방문한 원인은 식품알레르기가 74%로 1위였다. 전문가들도 식품알레르기 사고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기 때문에 결과에 놀랐다고 한다.

아이들 중에는 극소량의 식품알레르기 노출에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어떤 아이에게는 식품알레르기 표시가 생명을 지키는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전에 어린이시설 관리자들이 식품알레르기를 잘 몰라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일이 식품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이처럼 식품알레르기 표시가 어떤 아이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것을 안다면 이를 간과할 어른은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어른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제 식품 제조 및 가공업 종사자들에 대한 대대적 교육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는 곧 아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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