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관리실에 ‘터 잡은’ 배전반 “문제 있다”
급식관리실에 ‘터 잡은’ 배전반 “문제 있다”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11.2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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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위험에 신규·리모델링 급식소는 외부 설치 추세
전남교육청, 기존 학교의 경우 전자파 수치 따라 이전 검토

“발령받아 간 학교마다 영양(교)사실(이하 급식관리실)에는 으레 배전반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늘 전자파가 염려됩니다. 심지어 잘 때만큼은 핸드폰을 곁에 두지 말라고도 하는데…. 하루 종일 배전반을 곁에 두고 일하다 보면 이것 때문에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전자파가 여자에게 안 좋다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급식실에 전기공급을 제어하는 배전반이 대부분 급식관리실에 위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장 영양(교)사들은 현재까지 배전반 전자파에 의한 직접 피해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설비를 왜 굳이 급식관리실에 둬야 하냐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와중에 최근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석웅, 이하 전남교육청)이 기존 급식관리실에 위치한 배전반의 외부 이전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기공급을 제어하는 배전반이 대부분 급식관리실에 위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급식관리실에 위치한 배전반이 영양교사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전기공급을 제어하는 배전반이 대부분 급식관리실에 위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급식관리실에 위치한 배전반이 영양교사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본지가 전국 학교급식소를 대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존 학교와 함께 개교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설 학교도 대부분 급식관리실에 배전반이 위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사람 키와 맞먹는 크기의 배전반이 급식관리실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학교 A영양교사는 “이 학교에 발령받고 첫 출근했을 때 이렇게 큰 배전반은 처음 본 것이라 놀랐다”며 “학교에 이동을 건의했지만, ‘이미 설치되어 어쩔 수 없다’ ‘좀 예민한 것 아니냐’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관리실은 영양(교)사가 장시간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영양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상담실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자주 찾는 이곳에 전자파가 염려되는 배전반이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배전반을 열어 확인한 모습.
배전반을 열어 확인한 모습.

A영양교사 사례처럼 급식관리실에서 배전반을 밖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경기와 인천, 전남 등은 신설 학교나 급식소 리모델링 시 배전반을 외부 창고 등에 설치하도록 권장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강제 또는 필수사항이 아닌 데다 대부분 학교가 이미 급식관리실에 설치돼 있어 즉시 개선이 어렵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 전남교육청은 배전반이 이미 설치된 급식관리실에서 전자파가 발생할 경우 위치를 이동시키는데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광주전파관리소에서 인체 유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전자파 기준은 통상 배전반에서 61v/m인데, 이처럼 공인기관을 통해 인체 유해한 것으로 판단 받은 배전반에 대해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추경안에 반영시키겠다는 것.

이에 따라 전남지역 일부 영양(교)사들은 광주전파관리소에 배전반 전자파 측정을 의뢰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전남교육청에 이전 요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목포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전자파 측정 결과, 인체 유해할 수 있는 수치가 나오면 급식관리실에서 배전반을 속히 이전하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설령 결과가 다소 못 미치더라도 장시간 근무하는 영양(교)사들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배전반은 필히 외부로 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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