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연루 의심받던 급식 사업 ‘전면 철회’
정치인 연루 의심받던 급식 사업 ‘전면 철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12.06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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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쇄도한 충남도 ‘식품 알레르기 면역강화제 사업’ 결국 취소
현장 “정치인들 ‘학교급식 예산은 눈먼 돈’ 인식부터 바꿔야” 비난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방의 한 지역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학교급식에 무리하게 특정 제품을 공급하려던 계획이 숱한 비판 끝에 결국 전면 철회됐다. 지역 정치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번 파문으로 인해 여전히 학교급식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선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 이하 충남도)가 학교급식을 대상으로 올해 2학기부터 진행해온 ‘식품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 강화제 지원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사업 타당성과 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충남도는 입장문을 통해 “사업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학부모, 전문가, 영양(교)사, 시·군 등 관계자 논의를 통해 제품 선정과정의 적법성, 제품 안전성 및 사업 지속 여부 등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문제 제기한 영양(교)사들

이번 파문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충남도 관계자와 학교 영양(교)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급식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충남도는 이 자리에서 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학교급식 식품 알레르기 치유제품 지원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에 이르러 알레르기 증상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일종의 신체 반응에 가깝다. 특히 식품 알레르기는 해당 식품을 먹지 않는 방법 외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런 알레르기를 음식으로 치료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당시 일선 영양(교)사들이 적지 않은 의구심과 반대의 의견을 표했다.

이 사업이 다시 등장한 것은 올해 5월. 충남도는 ‘알레르기 치료’ 대신 ‘알레르기 억제’를 내세웠고, 여기에 ‘면역강화’를 덧붙여 사업명을 ‘식품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 강화제 지원’으로 변경했다.

사업 기간은 올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로 사업비는 총 6억 원(충남도 3억 원/시·군 3억 원)으로 늘었다. 충남도는 지난해 전학생 무상급식 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앞으로는 식품 알레르기 유병 등 소수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남도는 급식과 함께 복용·섭취가 가능한 건강식품을 시·군별로 공모를 받아 각 학교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광역단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활용해 건강식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특정 업체 선정 위한 공모 조건

당초 이 사업의 실패는 사실상 예견됐었다.

식품 알레르기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치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감을 얻기 어려웠고, 특정 제품을 학교급식에서 납품받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너무나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교급식 정책토론회부터 이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는 충남 A학교 영양교사는 “청렴이 최우선인 학교급식에서는 쿠키 하나를 발주해도 그 타당성과 절차를 지키는데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충남도에서 강조한다고 무조건 학교급식에 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 ‘정체’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가장 큰 의혹은 선정과정이었다. 

6월에 발표된 업체 공모 조건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특정 업체 선정을 위한 공모 조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본 조건 이외에도 섭취방법을 ‘조리 중 밥이나 국 등에 첨가하여’라는 문구를 기재해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한 업체만 공모에서 선정

실제 14개 시·군이 동시에 공모를 진행하자 천안 직산읍에 소재한 K업체 단 한 곳만 선정됐고, 이 K업체에 대한 의혹은 계속됐다. 지난해 충남도에 파견된 담당자가 업무 메일을 통해 K업체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했다는 제보와 함께 천안지역 정치인들과의 연루설 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제품에 대한 논란은 더욱 심했다. K업체 제품은 버섯이 포함된 가루 형태로, 포장지 뒷면에는 현미가루, 버섯 균사체, 건조 표고버섯 플레이크 등 원재료명이 표기됐다. 문제는 알레르기를 억제한다는 제품 포장지에 ‘특정 성분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알레르기가 있다면 확인 후 섭취하라’는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어 영양(교)사들을 기함하게 했다. 

충남 B학교 영양교사는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충남도에서 전액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알레르기 억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없었다”며 “전반적인 충남도내 영양(교)사들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정치인들 무리수에 반발 거세져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충남도가 진행한 이 사업은 결국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은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충남교육청을 대상으로 “이 사업은 꼭 필요하며, 사업비를 반납하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질의하는가 하면 “논산교육지원청은 지원실적이 낮은데 교육장이 이 사업에 대해 알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유착 의혹을 충분히 일으킬만한 김 의원의 발언은 강한 역풍을 불렀다.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에 나섰다.

충남학부모연합은 지난달 23일 ‘김은나 의원의 식품 판촉행위, 도 넘었다’는 성명서를 내고 “김 의원은 지위를 남용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타인을 위해 그 취득을 알선해서도 안 된다는 조례를 위반했다”며 충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심사를 요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충남지부 등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충남교육연대도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학교급식에 정체불명 사업을 끌어들여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과 양승조 도지사는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충남교육연대는 “알레르기 억제, 면역 강화제를 지원한다는 이 사업은 애초부터 공모 조건과 특정 업체가 떠오르는 문구 등으로 이미 의혹이 제기되었다”며 “충남도지사는 학교급식을 정치인들의 보은사업으로 여기는 이 작태를 수사의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학교급식은 돈벌이? “이제는 그만”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이번 사업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안도하면서도 학교급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외부의 시선이 여전한 이상 앞으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충남 A학교 영양교사는 “알레르기 억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학교로 납품하려는 시도를 처음부터 막아내려고 한 주체는 영양(교)사들이었고,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깨달았다”며 “업체든, 공공기관이든, 정치인이든 학교급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충남교육연대 관계자도 “학교급식에는 1년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쓰여지는데 이는 모든 국민들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재정 여건이 어려운 와중에도 투입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일부 정치인과 업체들의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수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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