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에 따른 꾸러미 ‘본말전도’ 하나
재난상황에 따른 꾸러미 ‘본말전도’ 하나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12.17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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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학비노조, “영양(교)사들과 협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부당”
영양(교)사들, “학교급식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 ‘뒷전’ 돼선 안돼”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경기도 부천시(시장 장덕천)가 이른바 ‘콜센터(?)’ 업무까지 영양(교)사들이 수행해야 했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하 꾸러미사업)’을 업무분장과 개선 없이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장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재난상황에 따른 지원사업이긴 하지만 지원 품목이 농식품이란 이유로 특정 구성원에게 업무가 쏠리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지부장 최진선, 이하 경기학비노조)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천시가 하반기 꾸러미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선 영양(교)사들과는 어떠한 협의도 없이 업무 담당자로 삼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명확한 업무 분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에 공급된 꾸러미 제작 모습.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명확한 업무 분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에 공급된 꾸러미 제작 모습.

앞서 부천시는 지난달 11일 미집행한 무상급식비 예산 44억여 원으로 관내 259개교(원) 8만8370명 학생 가정에 5만 원 상당의 꾸러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천시는 꾸러미사업 추진을 위해 실무 담당자들만 참석한 관계기관 협의회와 학교급식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학교 측에 예산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꾸러미사업 추진에 수반되는 대부분의 과업을 영양(교)사들이 도맡게 돼 업무가 과중됨에도 이들과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 각 지역의 영양(교)사들은 상반기 실시한 1차 꾸러미사업에서 꾸러미 품목 선정, 명단 취합 등이 맡겨져 본연의 업무는 뒤로한 채 꾸러미를 챙기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경기학비노조 관계자는 “부천시가 꾸러미를 단지 급식예산을 사용하는 사업이란 이유로 학교 측과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영양(교)사들의 본래 업무는 급식업무이고, 최근에는 연말결산, 온라인수업 등으로 인해 이미 평소보다 업무가 과중한 상황인데 꾸러미사업까지 맡아서 추진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명확한 업무 분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러미 구성품들. (사진=부천시청 홈페이지 캡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명확한 업무 분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러미 구성품들. (사진=부천시청 홈페이지 캡쳐)

이어 “꾸러미사업의 취지를 적극 공감했던 지난 1차 사업 추진 때도 ‘언제 오냐’ ‘농협몰 아이디를 모르겠다’ ‘농산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 등의 민원 때문에 정작 본연에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야근에 시달렸다”며 “부천시의 사업에 학교 영양(교)사들이 ‘콜센터’ 업무까지 수행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현장에 격한 반응이 나오자 부천시는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부천시와 부천교육지원청, 경기학비노조는 지난달 24일과 26일 그리고 지난 3일 등 수차례에 걸친 업무 협의 끝에 최종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보 동의, 구매계약, 꾸러미 배송, 사업 정산 등의 업무를 분담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부천시의 소식이 전해지자 급식 관계자들은 앞으로 꾸러미사업은 1회성이 아닌 재난상황 등에 따른 제2, 제3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더 명확한 업무 분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의 한 학교급식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를 겪으면서 앞으로도 급식 중단에 따른 제2, 제3의 꾸러미사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재난상황에 대비한 체계적인 업무 분장으로 영양(교)사들이 학교급식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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