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상 문화’ 감염병 취약… 식문화 개선 필요해
‘겸상 문화’ 감염병 취약… 식문화 개선 필요해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1.14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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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음식점 감염 사태에 단체급식 방역 대처 ‘주목’
식판 등에 덜어 먹는 식문화, 비말 감염 차단에 ‘효과적’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반찬 그릇 하나에 여러 젓가락이 오고 가는 ‘겸상 문화’가 비말 전파를 통한 감염병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면서 단체급식에서 사용하는 ‘1인 1식판’ 형태의 ‘독상’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제2, 제3의 코로나19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외식과 가정식에도 개별로 반찬을 덜어 먹는 식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전통 식문화로 알고 있는 겸상 문화는 일제강점기 시절 곡물·식기 등의 물자 수탈을 위해 이용된 것이며, 곧이어 발생한 한국전쟁 발발로 물자난이 심화되면서 겸상 문화가 국내에 정착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접시의 음식에 여러 명 수저가 오고가는 겸상 문화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 형태의 식문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화성시 병점초등학교 학생들이 방역수칙에 맞춰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한 접시의 음식에 여러 명 수저가 오고가는 겸상 문화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 형태의 식문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화성시 병점초등학교 학생들이 방역수칙에 맞춰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위생적으로도 겸상 문화는 감염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음식점 등에서 지인 또는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다수 매체들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반찬 그릇 하나에 여러 명의 젓가락이 오고 가면서 비말 전파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한 연구 발표에 따르면, 각자의 수저로 음식을 함께 먹었을 때 ‘공용 젓가락’을 사용했을 때보다 250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중국 베이징은 지난해 6월부터 식당에서 공용 젓가락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했다.

한국의 겸상 문화가 한식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K-FOOD 열풍과 별도로 비위생적인 식문화로 비춰지기도 했다.

실제 JTBC의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 시각에서 개선이 필요한 한국 식문화로 ▲고기 구울 때 개인이 쓰던 젓가락을 대는 것 ▲상대방 접시나 숟가락에 음식을 얹어주는 것 ▲식탁 바로 옆 휴지통에 입 닦은 휴지를 버리는 것 ▲양념장을 뜰 때 개인 수저를 사용하는 것 ▲커피나 음료수를 나눠 마시는 것 등을 꼽았다.

이에 정부도 공감하고 대책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2일부터 7일까지 일반 소비자와 외식업 종사자 1만750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계기 ‘식사문화개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1위(74.3%)는 ‘다 같이 먹는 찌개·반찬 등을 개인 수저로 먹는 행동’, 2위(52.3%)는 ‘다 같이 먹는 양념에 개인 수저를 사용하는 행동’, 3위(49%)는 ‘하나의 소스를 여럿이 찍어 먹는 행동(49%)’으로 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농식품부는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을 골자로 생활방역을 실천하는 ‘안심식당’을 신청받아 지정하는 등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음식점 위생등급제 등을 도입해 운영에 나서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이 주목받고 있다. 식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 한 방향 앉기, 칸막이 설치 등의 조치가 효과를 보였다는 것.

특히 단체급식의 특성상 1인 1식판을 사용하는 독상 형태의 식문화가 타인의 비말 접촉을 원천 봉쇄했다는 평가다.

충청대학교 호텔조리파티쉐영양학부 이윤호 교수는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제2, 제3의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반찬을 여럿이 함께 먹는 겸상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은 각자 개인이 개별 반찬을 덜어 먹는 형태로, 그 자체가 하나의 식문화로 정착된 만큼 외식과 가정에서도 이같이 검증된 식사 방식을 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식문화 개선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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