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미만 유치원급식 맡은 어린이급식센터
100인 미만 유치원급식 맡은 어린이급식센터
  • 김기연·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1.24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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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재입법예고 통해 발표
각 교육지원청 내 사립유치원 전담 영양사 배치 계획은 철회

관리부서 사실상 이원화, 당분간 시행착오 있을 듯
교육부, “법령 정비 후 교육지원청 인력배치 계획 재추진” 밝혀

[대한급식신문=김기연·유태선 기자] 앞으로 원아 100인 미만 사립유치원의 급식관리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이하 식약처) 산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어린이급식센터)가 맡게 됐다. 교육부 소관인 사립유치원의 급식관리가 식약처 산하로 넘어가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유은혜)는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급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했다. 시행령 입법예고의 골자는 학교급식법 적용에 제외되는 사립유치원의 규모였는데 교육부는 이번 재입법예고에서 적용 제외 규모를 원아 100인으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첫 발표한 입법예고 당시 교육부는 학교급식법 적용 제외 규모에 대해 원아 50인 미만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원아 수로 엇갈린 영양교사 배치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30일부터 발효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유치원급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교육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서 원아 수에 따라 적용 여부 및 제도를 달리는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미 국·공립유치원은 원아 수와 관계없이 학교급식법 적용이 결정된 터라 관건은 사립유치원, 그중에서도 원아 100인 미만 시설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첫 입법예고에서 원아 200인 이상 사립유치원은 반드시 1명의 영양교사를 두고, 원아 100 ~ 200인은 1명의 영양교사가 2개 급식소만 관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영양사 고용의무가 없는 100인 미만은 해당 교육지원청 내 급식 전담인력이 순회관리 등으로 맡고, 이보다 규모가 적은 50인 미만은 학교급식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발표한 재입법예고에서는 이 기준마저 50인에서 100인으로 높아져 사실상 1700여 개에 달하는 100인 미만 사립유치원이 적용에서 제외된 것이다.

급식 인력, 결국 예산 부담에 막혀

이 기준 변경에는 타 법 개정과 정부 부처 간 물밑 논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첫 입법예고 직후 교육지원청 급식 전담인력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이하 기재부·행안부)와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과다와 코로나19 극복을 목표로 한 디지털 뉴딜 사업에 예산 배정이 많아지면서 기재부·행안부는 교육부의 정원 확보 요구가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기준 전국 유치원은 9306곳으로, 이 중 병설유치원 4593곳을 제외하면 별도 급식시설을 갖춘 유치원은 최대 4700여 개로 파악된다. 그리고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은 총 176개로, 교육지원청당 최소 10~20개 유치원을 관리해야 하기에 교육부는 1곳에 1명 이상의 인원을 요구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기재부·행안부에 요구한 인원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으나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부가 영양사 직종에 최소한 150명 이상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린이급식 물꼬, 어린이식생활법?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해결책의 물꼬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지난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하 어린이식생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었다.

인재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어린이급식소의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관리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어린이급식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영양사가 없는 원아 100인 미만의 어린이급식소는 어린이급식센터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안이었다.

지난 2008년 제정된 어린이식생활법은 제정 당시부터 ‘어린이집’만을 위한 법은 아니었다. 법상 관리를 할 수 있는 어린이급식소의 범위를 ‘영유아보육법’상의 어린이집과 ‘유아교육법’상의 유치원, ‘학교급식법’상의 학교급식소 모두를 포함했다.

그러나 출범 초기 어린이급식센터가 집중한 곳은 어린이집이었다. 학교는 학교급식법이라는 전담 법령이 존재했고, 교육부도 2006년 집단 식중독 사태를 겪은 후 급식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와중이어서 어린이급식센터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또한 유치원도 본래 소관부서가 교육부여서 이른바 ‘부처 칸막이’ 논리가 작용해 식약처 산하인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를 요청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이급식센터

반면 식약처는 2013년 이전까지 ‘식약처’가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고, 같은 부처 산하인 어린이집은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를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일부 어린이집은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를 ‘간섭’ 혹은 ‘감독’으로 받아들이는 등 반발로 이어져 식약처는 지난 몇 년간 어린이급식센터의 역할과 권한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마침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던 인재근 의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이 같은 인 의원의 개정안 발효 시점은 2021년 12월 30일로, 영양사가 없는 원아 100인 미만 어린이급식소는 영양사 고용 또는 어린이급식센터에 등록해야 한다.

교육부와 행안부·기재부의 줄다리기 흐름이 바뀐 시점도 바로 어린이식생활법 개정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중순경이다. 어린이급식소의 의무등록이 법제화되면서 교육부와 유치원 모두 어린이급식센터 관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고, 기재부·행안부는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큰 교육지원청 급식 전담인력 배치 대신 차선책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00인 미만 시설, 어린이급식센터로

결국 교육부는 재입법예고에서 원아 100인 미만 사립유치원의 급식관리를 어린이급식센터로 넘기는 동시에 첫 입법예고에서 제시된 교육지원청의 사립유치원 급식 전담인력 배치를 전면 철회했다. 지난 몇 년간 잇따라 터진 대형 식중독 사건 등으로 입지가 줄어든 교육부가 기재부·행안부의 압박에 한 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기재부·행안부는 어린이식생활법과 재정을 앞세워 교육부의 영양사 정원 요구를 거부했고, 교육부는 압박을 거부하지 못한 것”이라며 “교육부 입장에서도 고유 영역인 유치원급식에 타 부처 진입을 허용한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입법예고를 두고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나온다. 먼저 정부 부처 고유의 영역을 타 부처에 내준 교육부가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교육청 담당자는 “교육 급식을 추구하는 학교급식의 목적과 취지를 가장 잘 실행하고 추진하는 정부 부처는 역시 교육부와 교육청일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급식센터도 나름의 경험과 전문성이 있겠지만, 학교급식은 엄연히 별도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원급식 이원화, 오래가선 안 돼

교육부 관계자 역시 “법령 체계 정비가 완벽하지 못해 지금은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를 받아들였지만, 조만간 법령을 다시 정비해 교육부의 역할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설립 초창기와 다르게 어린이급식센터의 폭넓은 정보와 전문성을 이미 인정받고 있고, 어린이급식센터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사립유치원들이 먼저 관리를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등록한 사례도 많다”며 “1700여 개의 사립유치원 중 1300여 개가 지역 센터에 등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입법예고로 학교급식의 관리 주체가 사실상 이원화됐지만, 이 같은 구조가 오래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은 체계가 거의 완성 단계지만 유치원급식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며 “학교급식을 토대로 유치원급식 체계를 준비하는 교육 당국과 어린이급식에서 나름 전문성을 쌓은 어린이급식센터의 관리는 서로 다른 지점을 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식, 그저 ‘한 끼 먹이기’ 아니다

보다 큰 틀에서 정부 부처가 학교급식의 지향점을 지나치게 ‘위생’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학교급식소에 영양사를 배치하려는 목적이 식단을 제공하고, 식재료를 검수해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학교급식에 20년 이상 종사한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을 무상화하고 영양교사를 도입한 배경은 학교급식을 ‘한 끼 먹이기’에 그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것인데 정부와 교육 당국의 행정처리 방향이 마치 ‘영양사만 배치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학교급식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유치원임에도 원아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립유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양교사’가 가진 전문적인 식생활 관리와 영양교육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정부와 교육 당국의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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