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위반 업체인데… ‘수수방관’하는 충남도
현행법 위반 업체인데… ‘수수방관’하는 충남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1.2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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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업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확인 후 행정처분 ‘지지부진’
충남지역 시민단체, “이번 사업 기획한 공직자도 책임져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생들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식품 알르레기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9월부터 ‘충남도 식품 알레르기 면역강화제 사업’을 통해 학교급식에 공급된 제품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거세다. 문제는 해당 업체를 제재해야 할 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 이하 충남도)가 처분은 뒤로 한 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나온다.<본지 302호·303호(2020년 12월 21일자·2021년 1월 11일자) 참조>

문제 업체 제재 절차에 착수?

충남도 건강증진식품과 담당자는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1월 13일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천안시 직산읍 소재 K업체의 제품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를 위반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이른바 ‘학교급식을 이용한 특정 업체 제품 팔아주기’ 의혹에 연루되어 있는 K업체는 지난해 초부터 충남도와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 홍보를 실시했고, 이 제품은 지난해 6월부터 7월 사이 진행된 충남도 12개 시·군의 사업공모에 유일하게 선정됐다.

충남도가 2019년부터 이 사업을 준비했다고는 하나, 사업 목적과 취지, 성과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이 계속 의문을 제기했고, 일부 시민단체는 정치인들의 ‘보은 사업’ 아니냐는 의혹도 내놨다. 실제로 12개 시·군의 공모 결과를 보면, 모두 동일하게 K업체 1곳만 선정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충남도의회 회의석상에서는 일부 도의원들이 사업 추진을 종용하는 발언을 이어가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와 부딪혔고, 이 문제는 성명서와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은 공모 사업에 선정된 K업체 제품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제기했다.

이런 과정에 문제된 것은 K업체의 유튜브 영상물과 학교 측에 제공했다는 홍보물로, 마치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의해 확인됐다. 그리고 결국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30일 해당 사업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지부진한 대응, 거세진 비판

충남도는 현장에서의 지적과 시민단체의 잇따른 성명서 발표에 따라 사업 중단을 결정한 후 곧바로 식약처에 K업체에 대해 질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식약처가 K업체의 위법을 확인해 통보한 직후부터 업체 방문과 현장 조사 등이 시작돼 최종 처분 또한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충남교육연대 관계자는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30일 사업 중단 발표와 동시에 조사에 들어가 K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식약처에 질의를 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변하는 것이 상식적인가”라며 “K업체를 봐주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전체 6억 원의 사업비 중 충남도가 3억 원, 기초자치단체가 3억 원을 부담하지만, 사실상 충남도 3억 원의 예산을 받기 위해 일선 시·군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결정권이 일선 시·군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사업 시작과 중단 모두 충남도가 결정했으면 추후 조치 역시 충남도가 나서야 하는데 책임을 일선 시·군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덕분에 K업체에 대한 행정처분도 끝없이 늘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K업체 대해 판단한 위법행위는 식품광고표시법 제8조 1항(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3항(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4항(거짓 과장된 표시·광고)이다.

식약처가 판단한 위반내용이 모두 인정될 경우 이 조항 위반으로 처분된 사례를 볼 때 K업체는 최소 영업정지 2개월 이상 또는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장 조사부터 다시 진행되고 있는 터라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 사업비 환수해야” 주장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으로 K업체가 받은 예산을 모두 환수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업체는 각 시·군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고, 주요 공모 자격 중 하나인 건강상 효능에서 부당한 표시를 한 것이 위법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이는 곧 공모 자격 상실로 볼 수 있어 집행된 예산에 대해 환수 조치해야 한다는 것.

이 사업에 실제 어느 정도 사업비가 집행됐는지는 각 시·군에서 충남도로 결과 보고를 올려야 최종 확인이 가능하지만, 학교 영양(교)사들은 이미 적지 않은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영양교사는 “6억 원 중 1/3 이상이 사용됐다고 추정하는 통계가 있긴 했는데 이후 예산을 반납하거나 제품을 반품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최종 집계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반드시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 전체 예산 중 20%가량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적인 측면에서 환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한 담당 공무원을 문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은 충남도로, 환수에 해당할 만큼 K업체의 부당한 표시가 귀책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처럼 학교급식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충남교육연대 관계자는 “충남도와 기초자치단체가 치밀하지 않은 사업계획으로 정당하지 못한 업체가 선정되는 등 혈세를 날려 버렸다”며 “이번 사업을 추진한 관련 공무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징계도 내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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