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법조칼럼] 권한과 책임 그리고 자부심
[조성호 법조칼럼] 권한과 책임 그리고 자부심
  • 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21.01.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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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올해 1월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를 형사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의 소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렇듯 현장의 근로자 보호에 관한 입법이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모두 책임의 범위에 대한 것이고, 논의과정 내내 양측은 모두 책임과 권한의 균형을 주장했다.

이를 급식업계에 비춰 본다면 지난해 한참 논의됐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관리감독자에 대한 논란이 이에 해당한다. 학교급식에 관리감독자로 영양(교)사를 지정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이에 영양(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영양(교)사가 실제 급식 현장에서 관리감독자로서 권한 행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책임만 과중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러한 비판 여론 때문인지 최근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자 지정 방향은 실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학교장으로 되어가는 추세다. 즉 권한은 없는 영양(교)사에게 책임만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영양(교)사들의 환경을 감안한 조치와는 대조적으로 작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도 안산 모 유치원 식중독 사건과 관련한 형사재판에서 검사는 해당 영양사와 조리사에게 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실제 실형인 징역형이 영양사와 조리사에게 내려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당히 높은 책임을 영양사와 조리사에게 부과한 셈이다. 즉 검찰의 구형은 영양사와 조리사가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위 사례들을 볼 때 급식업계도 영양사, 조리사 등 종사자들에게 그 지위와 권한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되,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는 추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볼 때 이 같은 움직임은 영양사나 조리사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흐름은 영양사나 조리사에게 전문직으로서 소양과 직업정신을 배양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할 잣대도 요구된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 영양사와 조리사는 이러한 직업의식을 지니고 있는가. 이에 대하여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실제 단체급식에 근무하는 개개인 영양사나 조리사가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소속회사 또는 조직과 마찰을 빚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타 분야에서는 공익을 위한 활동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과 갈등이 유발되거나 직업적 양심에 따른 행동한 탓에 불이익을 감수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급식업계에서는 그런 ‘스타’를 본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영양사나 조리사에게 직업 소명의식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들을 위한 현행 교육 중 직업의식에 관한 사항은 ‘윤리교육’에 관한 것인데, 현행의 윤리교육으로 영양사나 조리사에게 직업적 자부심을 갖게 하고, 이를 근거로 책임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지금까지 영양사나 조리사들은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 등을 통한 변화도 필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 전문직임을 자각하고,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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