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식사가 평생 장(腸) 건강 좌우해
어릴 때 식사가 평생 장(腸) 건강 좌우해
  • 김나운 기자
  • 승인 2021.02.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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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 생쥐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대한급식신문=김나운 기자] 어릴 때 식사가 평생의 장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아이 때 불건전한 식사를 하면 자란 뒤에도 장내 유익균 숫자와 다양성이 감소하는 등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환경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미국 리버사이드 소재 캘리포니아대학 진화생리학자인 테오도르 갈란드 교수팀은 생쥐가 새끼 때 지방ㆍ설탕(당분)을 과다 섭취하면 다 자란 뒤에도 장내 미생물 환경, 즉 마이크로바이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생물학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에 서식하는 세균ㆍ기생충ㆍ바이러스 등 모든 종류의 미생물로, 면역력을 강화하고, 음식을 분해하며, 주요 비타민 합성을 돕는 등 신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당뇨병ㆍ비만 등의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연구진은 식사ㆍ운동이 장내 미생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생쥐를 건강한 사료 섭취 그룹, 덜 건강한 서구식(고지방ㆍ고당분) 사료 섭취 그룹, 운동 그룹, 운동하지 않은 그룹 등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룹별로 각기 다른 식사ㆍ운동을 3주간 하도록 한 네 그룹의 생쥐에게 3주 후부터 다시 일반 사료를 제공하고 운동은 시키지 않았다. 이어 연구팀은 14주 후 그룹별로 생쥐 장내 미생물의 숫자와 다양성을 조사했다.

고지방ㆍ고당분의 서구식 사료 섭취 그룹의 장에서 ‘뮤리바쿨룸 인테스날레’란 유익한 세균의 숫자가 많이 감소했다. 이 세균은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해 숙주(사람이나 동물)의 활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세균의 숫자와 활동성 등 마이크로바이옴은 생쥐의 운동 여부에도 영향을 받았다. 운동하면서 건강한 사료를 섭취한 생쥐 그룹에서 뮤리바쿨럼 세균의 숫자가 증가했고, 서구식 사료 섭취 그룹에선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이 세균의 수가 감소했다.

다른 연구에선 5주간의 러닝머신 훈련 후 뮤리바쿨룸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만으로도 장 건강에 유익한 세균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지방ㆍ고당분 섭취는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아이가 지방과 당분이 많은 서구식 식사를 하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성숙 후 6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어릴 때의 식사가 운동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더 오래 미친다고 지적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란 고대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의 격언을 본떠 갈란드 교수는 ‘어릴 때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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