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증 발급 취소 어려웠던 영협 ‘자격증’ 대신 ‘수료증’으로 변경
“전문성 강화는 영양사 직군이 나아갈 방향, 영협 지나친 욕심 자제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이영은, 이하 영협)가 운영해온 전문영양사 자격증이 갑작스레 수료증으로 변경된 데에는 영협 측의 실책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협이 민간자격증을 운영하면서 정해진 법령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이를 단지 ‘법령 개정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항변하기에는 추후 문제가 커질 소지가 적지 않다.
영협이 현재 운영하는 전문교육 과정은 모두 6가지다. ▲노인영양사 ▲스포츠영양사 ▲급식경영영양사 ▲산업보건영양사 ▲비만인정영양사 ▲신장영양사 등이다. 몇 년 전까지는 임상영양사 자격증 과정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승격되면서 민간자격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려면 ‘자격기본법’에 의해 국책기관에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8년 자격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모든 민간자격증은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개발원)으로 하여금 민간자격을 관리하도록 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민간자격의 실태 파악 및 자격정보 제공과 함께 금지 분야 자격 양산을 막고, 결격사유가 있는 민간자격기관의 양산 또한 막기 위함이다. 민간자격증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원에 등록을 신청하고, 개발원은 자격관리자의 결격사유를 확인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금지 분야 해당 여부와 민간자격 명칭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가 끝나야 자격증이 발급되는 것.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민간자격증은 과정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자격증’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2008년 자격기본법 제정에 이어 정부는 2013년 4월 등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을 운영했을 때의 처벌조항을 신설했다. 자격기본법 제39조에 따르면, 등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을 운영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협이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급식경영 및 산업보건 과정만 운영하던 영협은 2013년 노인영양사와 스포츠영양사를 시작으로 2018년 비만인정영양사 과정과 2019년 신장영양사 과정을 잇따라 개설했다.
이런 과정에서 모종의 이유로 영협의 미등록 민간자격증 운영실태가 개발원 측에 확인됐다. 이에 개발원은 지난해 12월 영협 측에 자격증 발급 중단을 요청했고, 민간자격증 발급 사실을 취소하기가 어려웠던 영협은 ‘자격증’ 대신 ‘수료증’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 운영팀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 확인한 결과, 영협 측의 법 위반 행위가 드러나 즉각 민간자격증 발급 중단 요청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협은 ‘법 개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처벌 가능성이 높아 즉각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협과 유사하게 자격기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태권도의 총본산인 국기원이 2018년 등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을 발급·운영하다 개발원 측에 적발돼 수사 끝에 200만 원의 벌금이 내려진 바 있다. 심지어 국기원 측은 정식 재판까지 청구했으나 결국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법적 제재와 처분에 위법 행위자의 ‘관련 법 인지 여부’는 정상참작의 요소가 아니다”며 “지난 2013년 이후 꾸준히 영협의 위법 행위가 이뤄졌고, 증거도 다수 존재해 수사기관에서 인지한다면 벌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접한 다수 영양사들은 영협의 행정처리에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전문영양사 육성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양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만이 결국 영양사 직군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러 이유로 영협에서 추진해왔던 영양사 전문교육 과정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교육비로, 영양사들은 너무 비싸다고 느끼고 있다. 노인영양사 과정은 5개월의 온라인교육과 15주간 45시간의 교육을 모두 이수한 뒤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이 발급된다. 교육비는 온라인교육이 40만 원, 집합교육이 60만 원이다. 스포츠영양사도 비용과 시간 모두 동일하다.
최근에 개설된 비만인정영양사 과정의 비용은 23만 원(시험비 5만 원 포함)이지만, 시간은 온라인교육도 없이 2일간 12시간뿐이다. 심지어 대한비만학회에서 진행하는 기초과정을 이수한 후에야 수강이 가능한 조건도 붙어있다. 신장영양사 과정은 2일간 14시간에 교육비는 25만 원(시험비 4만 원 포함)이다.
특히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협 회원 가입이 필수다. 여기에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영협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 영협의 연간 회비가 14만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로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 덕에 영협의 전문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영양사는 미미했다. 한국영양교육평가원에서 발췌한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노인영양사 자격증 보유자는 255명뿐이었으며, 스포츠영양사는 68명이었다. 6개 과정 중 참여자가 가장 많은 과정이 노인영양사 과정이었는데 이마저도 1년에 평균 40명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협이 1년에 최소 40명 단위로 강좌를 모집한 점과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강좌 운영이 되지 않았을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노인영양사 자격증 보유자는 300명이 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영협의 전직 임원이었다는 한 영양사는 “영협의 유지와 더 큰 영향력을 위해 탄탄한 재정과 회원 가입을 통한 규모 키우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영협은 지나치게 영양사를 ‘장사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도 적지 않은 영양사들이 영협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영협이 움직이고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