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밥값이 너무 비싸다고요?”
“병원 밥값이 너무 비싸다고요?”
  • 설동훈
  • 승인 2011.03.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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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영양사 “병원급식 특성 몰이해” 한목소리
병원급식은 병실의 환자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는 룸서비스 시행 등 여타 다른 단체급식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급식 식대가 원가 이상으로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와 임상영양사들은 현재의 병원급식 식대는 지난 2006년 기준 단가 책정 이후 물가 상승률도 반영하지 않은 채 6년간 동결되어 양질의 급식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반론을 펴는 등 병원 급식 식대를 둘러 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병원 급식 식대 진실 공방 논란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식대 원가를 조사한 결과 1식당 1,444원, 연간 2,929억원 가량의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그리고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식대 재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의료기관이 청구한 식대 수가가 적게는 57원에서 많게는 1,124원 정도 부풀려져 연간 1,000억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면서 한층 가열되고 있다.

병원급식 식대와 관련한 논란에서 대한병원협회(이하 병원협회) 또는 임상영양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결과가 지방 소도시 병원급 자료를 분석한 것이라는데 있다. 병상 규모와 입원환자의 숫자에서 편차가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을 일률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또 입원 중인 환자에게 제공하는 병원급식을 학교급식과 같은 일반 단체급식과 동일선상에서 비교 분석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것도 이들의 반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병원급식에 대한 몰이해라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배식 인건비 등 특성 이해 해야
현재 병원급식의 1식 비용은 평균 5,000원선으로 이 금액에는 본인부담금 2,500원이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금액상으로는 2,000∼2,500원선에 그치고 있는 학교급식 1식 비용의 2배를 웃도는 고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학교급식 비용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된 병원급식의 질이 오히려 학교급식만 못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병원급식의 1식 비용을 단순히 학교급식의 1식 비용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병원급식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병원급식은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과 달리 환자의 연령대는 물론, 환자 개개인의 질병종류와 상태 등을 고려해 다양한 치료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만큼 다른 급식유형에 비해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다시 말해 고비용 저효율이 될 수밖에 없는 급식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병원급식은 영양교사 또는 영양사 1인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과 달리 의료법상 30병상 이상에 영양사 1명을 배치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공휴일과 상관없이 연중무휴로 1일 3식을 제공해야 하며 병동과 각각의 병실을 찾아 환자 개개인마다 일일이 확인하고 식사를 가져다주는 룸서비스를 시행하는 만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타 단체급식에 비해 높다.

실례로 300병상 이상을 운용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식 급식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1년 365일 1일 3식을 조리 제공하는 만큼 조리기구 및 설비의 손실 또한 노후화 정도가 빠르고 룸서비스를 위해 사용되는 배선카트 확보에 소요 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식재료도 최상품 사용
병원급식은 일반인과 달리 면역력이 약하거나 질병치료 중에 있는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인 만큼 식재료의 경우도 최상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병원급식은 학교급식과 같은 일반 단체급식과 동일한 기준 또는 시각으로 비교 분석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식 비용 또한 여타 단체급식에 비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송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최근 제기되고 있는 병원급식 식대 논란은 병원급식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기인되는 것”이라며“현재의 급식 식대는 지난 2006년 기준 단가가 책정된 이후 6년간 동결된 금액으로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을 적절히 공급해 주는 급식의 질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 급식 식대 논란과 관련, 반박을 하고 나서기는 병원협회도 마찬가지다. 병원협회는 경실련의 병원급식 식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5%에도 못 미치는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의료계의 현실을 무시한 여론 호도성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협회는 또 2006년 식대 책정 당시 병원계가 조사한 식대 원가 수준 및 적정 가격은 정부에서 정한 3,390원보다 훨씬 높았으며, 이후 매년 식자재 등 재료비와 인건비, 연료비를 포함한 기타 경비가 10∼30% 이상 인상되었음에도 지난 6년간 동결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실태파악 이뤄져야
한편, 병원협회나 병원 급식 현장의 실무자들인 임상영양사들이 급식 식대논란에서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는데 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측은 아직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일단 병원급식 식대와 관련한 연구결과는 복지부로 넘어간 상태이고 급여 내용에 대해 공단에서 결정할 부분은 없다”며“연구 결과가 사실로 드러나 식대와 관련된 급여수가를 삭감하거나 임상영양사들의 주장대로 급여수가를 인상하던지 그 결정은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여수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복지부는 아직 급식 식대와 관련된 별도의 조치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식대와 관련된 논란은 관계 당국의 명확한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병원급식비와 관련된 더 이상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관계 부처의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그에 따른 조치의 이행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병원 급식은 약물이나 주사 등 의료적인 처치 못지않게 중요한 치료의 일부분이며, 자칫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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