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교직원은 우유급식 대상자 아닌데...
[이슈] 교직원은 우유급식 대상자 아닌데...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3.3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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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급식 단가로 우유급식 받는 교직원은 ‘특혜’” 지적
“학교우유급식 대신 가정으로 직접 공급하는 급식으로 바꿔야” 주장도

#. 서울 A 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약 450여 명. A 초등학교는 올해 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우유급식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학생 1인당 1개씩 우유를 받기로 업체와 계약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매일 아침 약 500여 개의 200ml 우유가 배달된다. 알고 보니 학생들의 몫을 제외한 50여 개 우유는 교직원들이 주문한 것. A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그나마 우리 학교는 교직원들이 1개씩만 신청하는데 이웃 학교에서는 교직원이 2개~3개씩 신청해 남은 것을 집에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점점 ‘과거 유물’이 되어가는 학교우유급식(이하 우유급식)을 통해 교직원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유급식의 목적에도 해당되지 않은 교직원들이 시중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우유를 살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거부한 우유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추가 구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유급식은 축산법과 낙농진흥법에 근거해 무상과 유상 2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무상 우유급식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구 학생들에게 해당되며, 이 학생들에게는 정부가 보조금을 들여 우유를 무상공급한다. 유상 우유급식은 그 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진행된다.

정부 보조금으로 싸게 먹는 우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회장 최희종)가 매년 하달하는 ‘우유급식 시행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학기 시작 전에 우유급식 수요조사를 통해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입찰을 통해 공급업체를 결정해야 한다.

제공되는 우유 200㎖ 1개에 지원금은 최대 430원이다. 이 430원은 농식품부의 축산발전기금 60%와 기초자치단체 보조금 40%로 구성된다. 즉 우유급식의 존립은 이 축산발전기금과 기초자치단체 보조금 덕분인 셈이다. 이 때문에 430원이라는, 시중가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의 우유 공급이 가능해지는 것. 그리고 이 체계 덕분에 기초수급대상자나 차상위계층 학생 이외의 일반 학생들도 430원이라는 우유 가격을 적용받는다.

학교에서는 1년 단위로 공급업체와 계약하고 우유를 공급받는다. 그리고 공급받는 우유는 입찰과정을 거치면서 단가가 더 낮아져 평균 380원 선에서 결정된다. 시중에서는 평균 800~900원에서 최대 1000원 이상인 우유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학교에 공급되는 셈이다.

교직원, 우유급식 대상 아냐

그런데 이 같은 우유를 정작 우유급식의 목적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교직원들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일부 급식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유급식 시행지침에서 명시한 우유급식의 목적은 ▲우유급식을 통한 신체발달 및 건강 유지·증진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구에 대한 무상지원으로 영양 불균형 해소 및 복지 증진 ▲우유 소비기반 확대로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도모다. 이 목적을 보면 우유급식은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교직원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충남도 B 초등학교 영양사는 “우리 학교는 연초에 실시한 우유급식 수요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많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교직원들이 왜 우유급식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해 당황했다”며 “법령과 지침을 찾아봐도 교직원은 우유급식 대상이 아닌데 당당하게 우유급식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직원이 먹는 우유급식은 ‘특혜’

5~6년 전부터 우유급식의 불필요함을 주장해온 전북지역 C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교직원들이 200㎖ 우유를 4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혜”라며 “우유급식이 최대 430원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축산발전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덕분인데 자격 없는 교직원이 혜택을 받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보조금 횡령 혹은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더 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교직원들이 여러 개의 우유를 신청한 뒤 먹고 남은 우유를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경기도 D 중학교 영양교사는 “우유 공급업체와 계약은 명단이 아닌 수량만 기재하기 때문에 학생 수보다 많은 우유를 계약해도 업체는 알 수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영양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실, 해당 교직원 모두 잘못된 처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유급식, 가정으로 배달해야

우유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학교가 아닌 각 가정에 직접 우유를 배달’하는 우유급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한 바 있는 이 같은 체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학생들의 등교가 미뤄지는 와중에 실시되기도 했다.

전북지역 C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전북에서는 우유급식의 책임 주체와 운영이 학교 외부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아래 몇 년 전부터 교육청이 아예 우유급식을 급식에서 제외했다”며 “무상 우유급식 대상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우유급식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가정에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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