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에 내준다던 대기업 구내식당, ‘그림의 떡’ 되나
중기에 내준다던 대기업 구내식당, ‘그림의 떡’ 되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4.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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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위한 구내식당… 애당초 ‘이윤’ 아닌 ‘직원 복지’
“중소기업 참여 보장해도 실제 참여는 어려워” 의견 우세
“단체급식산업 진흥과 육성의 역할, 정부가 맡아야” 주장도

단체급식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내부거래’ 형태로 독점 운영해오던 계열사 구내식당들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개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와 8개 대기업(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이 지난 5일 선포식을 열고 자사 계열사에게 수의계약으로 몰아주었던 단체급식 사업장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일감개방’을 통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단체급식 시장이 순차적으로 경쟁 입찰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작지 않은 규모인 대기업의 단체급식 일감개방을 놓고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의도한 것과 달리 시장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본지는 이 같은 우려 속에 공정위와 8개 대기업이 함께 한 선포식 이후 단체급식 시장의 판도 변화를 살펴봤다.

- 편집자주 -

(위)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8대 대기업이 자사 일감 개방에 합의한 후 조성옥 위원장과 각 사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래)대전광역시청사 구내식당에서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위)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8대 대기업이 자사 일감 개방에 합의한 후 조성옥 위원장과 각 사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래)대전광역시청사 구내식당에서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공정위가 파악한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4조28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군급식 등 이른바 ‘공공급식’은 제외한 ‘위탁급식’에 해당된다. 공정위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기업이 이 중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0% 시장에서 약 4500여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역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삼성웰스토리다. 2019년 기준 삼성웰스토리의 매출액은 1조2197억 원으로 전체 시장규모의 28.5%를 차지했다. 이어 아워홈이 7657억 원(17.9%), 현대그린푸드 6287억 원(14.7%), CJ프레시웨이 4678억 원(10.9%), 신세계푸드 3009억 원(7%) 순이다.

8개 대기업은 이 같은 매출 규모의 일정량을 중견·중소기업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시범적으로 2개 식당을 개방한 삼성웰스토리는 외부업체를 선정 중이며, 그 외 대부분의 업체는 늦어도 내년부터 타 업체에게 입찰을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경쟁 입찰이 도입되면 급식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 복지도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참여 기업집단과 협력해 정기적으로 일감개방 성과를 공개하고, 순차적으로 개방 범위가 확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국민 생활 밀접 업종과 중소기업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폐쇄적인 내부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실태 파악 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중소기업에게 기회갈까…”
공정위의 일감개방 조치가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감을 나눈다 해도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업체의 규모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와 같이 1일 9000식 정도의 업장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100여 명의 조리인력이 필요하다. 조리하는 식재료가 많은 데다 사업장 특성상 1일 5식을 24시간 운영해야 하므로 조리인력을 시간대별로 구분·운영해야 한다. 여기에 영양사 및 조리인력과 별도로 위생관리, 배식 인원까지 포함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일단 참여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이들 기업은 브랜드와 규모는 대기업에 가깝지만 연간 매출 규모가 대기업 기준에 미치지 못해 ‘중견기업’으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위탁급식에서는 풀무원과 동원그룹 계열의 동원홈푸드, 그리고 외국계 계열사인 아라코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은 인력과 설비, 자체 식재료 유통망 등을 갖추고 있지만, 대기업보다는 훨씬 완화된 규제를 받는다. 이로 인해 대기업 입찰 참여가 금지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직원 복지’라… ‘이윤’ 힘들어
또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단체급식 특성상 이윤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참여를 꺼리게 하기도 한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2019년 매출이 2조 원가량인 반면 영업이익은 1~2%대에 그쳤다. 이는 삼성그룹이 계열사 직원 복지 차원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해 이윤을 크게 잡지 않은 것도 있지만, 급식의 본질이 기인한 바도 크다.

즉 직원 복지 차원에서 애당초 ‘비영리’에서 시작한 구내식당 급식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다수 인원에게 양질에 급식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윤이 남는다면 이를 다시 급식 질을 높이는데 재투자되는 경향이 크다.

물론 목적 자체가 이윤 추구인 영리성 단체급식 형태도 존재하지만,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과 같은 급식소는 이윤보다 명분과 상징이 더 큰 목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의 구내식당은 기존 단가를 획기적으로 높여 새로운 사업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이상 운영권을 맡은 중소기업이 큰 이윤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식 질’ 낮아질라, 우려도
일각에서는 일감개방이 장기적으로 급식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대기업의 계열사 구내식당은 사실상 이윤보다 직원 복지를 위한 측면이 강해 직접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 입찰이 도입되면 안 그래도 낮은 식단가가 더욱 낮아질 것이고, 결국 운영권을 따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최저가 출혈 경쟁이 벌어져 질적 수준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 위탁급식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 발주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인적·물적 인프라인데 이 부분의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단체급식 수주를 시도할 때 인프라를 외주로 돌려야 하므로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대기업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식사의 질을 낮추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체급식산업, 정부가 맡아야
업계에서는 정부가 급식산업 육성 책임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7년 정부세종청사 단체급식 사업장 입찰가는 1인당 3500원 선이었다. 지나치게 낮은 단가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500원을 인상한 4000원에 입찰했으나 이마저도 당시 일반 사업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며, 최저임금 인상분도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었다. 비용 부담이 컸기에 중소기업은 입찰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고, 결국 중견기업인 풀무원과 동원홈푸드가 맡게 됐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수원과 기흥사업장 급식 운영권은 결국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에게 돌아갔다.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비판이 계속되면서 업계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 단체급식 기업 절대다수는 현실적으로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물질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형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단체급식 시장을 열어 중소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명분에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지원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들 중소기업이 대기업 단체급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육성과 진흥은 정부 역할인데 단체급식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이 역할을 업계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부터 단체급식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업계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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