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급식 바우처 사업’, 영양교사에겐 ‘절망’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 영양교사에겐 ‘절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5.12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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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초·중·고생 56만 명에 10만 원씩 제로페이 통해 지원
촉박한 일정으로 영양(교)사들 업무 폭탄, “교육청 갑질” 비판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사업(이하 급식바우처사업)’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의 좋은 취지는 적극 공감하지만, 물리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촉박한 일정을 정해놓고 무조건 영양(교)사들에게 따르라는 것은 ‘업무 폭탄’이자 결국 ‘교육청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25개 자치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함께 급식바우처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급식바우처사업은 당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시행했다 큰 비판을 받았던 ‘탄력급식’의 대안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평상시에 제공되던 아동급식카드를 확대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급식바우처사업은 서울교육청이 추진 주체이며, 총 56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이 같은 재원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5대 3대 2 비율로 각각 분담해 전체 학생 85만 명 중 65%에 달하는 약 55만6982명에게 지원하며, 매일 등교하는 초등 1, 2학년과 고 3학년, 소규모학교, 긴급돌봄 참여 학생, 꿈나무카드 대상인 저소득층 자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급식바우처사업 대상자에게는 1인당 10만 원의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가 지급돼 가까운 편의점 6곳(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로페이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뿐이며,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도시락과 제철과일, 흰 우유, 두유, 야채 샌드위치, 과채쥬스, 샐러드, 떠먹는 요거트, 훈제계란, 김밥(삼각김밥 제외)류 등 10개 식품이다. 인스턴트,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품목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좋은 취지임에도 문제는 급식바우처사업의 과도하고 촉박한 추진 일정에서 문제가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사업 시행일을 5월 20일로 못 박았다. 그리고 일선 학교에는 급식바우처사업 지원대상 명단을 5월 13일까지 제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이 내려가자 일선 현장에서는 격한 반발이 나왔다. 서울교육청이 지침을 내린 13일까지 대상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 단 사나흘 만에 56만여 명이 제로페이 앱을 모바일에 설치하고, 신분 확인 뒤 인증을 받아야 지원대상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민원과 사업 진행 문의, 오류 해결 등은 모두 학교 영양(교)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단 이틀만에 수백명에서 많게는 천여명에 이르기까지 바우처신청서 수합과 오류검증, 미참여자 신청 독려, 학부모 문의전화 응대 등의 업무를 해야한다”며 “하필 6월 식단준비와 식재료 발주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바우처 업무를 급하게 진행하게 해서 학교현장마다 분통을 터트리게 만드는지 서울교육청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4월부터 논의를 거쳐 준비한 사업으로 실무부서에서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학교 영양(교)사들의 민원을 수차례 받고 있으나 현재로는 뚜렷한 변경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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