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치원 무상급식’ 시대 열리나
이제 ‘유치원 무상급식’ 시대 열리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5.26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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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유치원 무상급식을 대하는 방향 조금씩 상이해
사립유치원 무상급식, 결국 ‘어디까지 지원할지’가 관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유치원 무상급식’이 화두다. ‘유치원 3법’에 따라 올해 1월부터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게 된 유치원. 자연스럽게 무상급식 논의도 시작됐다. 급기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을 공식 발표하고, 구체적인 급식단가 등을 결정할 용역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을 공식 천명하면서 다른 지역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유치원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슈와 논점을 짚어봤다.
- 편집자주 -


무상급식 도입 역사를 살펴보면 유치원이 고등학교 무상급식보다 빠르게 실시되어온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무상급식과 형태는 달랐지만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누리과정’이 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와 달리 원아 수와 식재료 양이 많지 않아 학교 무상급식에 비해 소요 예산은 적은 반면, 유치원과 학부모들의 호응은 매우 높았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2개 지역 교육청에서 일부나마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각 지역마다 유치원 무상급식을 대하는 방향에서 조금씩 다름이 느껴진다.

유치원 무상급식, 점차 수면 위로

엄밀히 말하면 올해 1월 30일 이전까지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에 따른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었다. 학교가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2007년 개정된 학교급식법 제8조(경비부담 등) 1항 ‘학교급식의 실시에 필요한 급식시설·설비비는 해당 학교의 설립·경영자가 부담하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와 제9조(급식에 관한 경비의 지원) 1항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8조의 규정에 따라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8조에 따라 급식시설 및 설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제9조에서는 식품비나 인건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당초 이들 조항이 탄생한 배경은 기초생활수급자나 농어촌학교 등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으나 ‘그 밖에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생’이라는 조항을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학교 무상급식 도입이 확대됐다.

유치원 무상급식의 지원범위와 대상이 추후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유치원 급식 모습.
유치원 무상급식의 지원범위와 대상이 추후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유치원 급식 모습.

이런 와중에도 유치원은 주요 논의대상이 아니었다. 학교급식법 제4조에서도 ▲초·중등교육법상 학교 ▲초·중등교육법상 특별학급 및 산업체 부설 중·고교 ▲초·중등교육법상 대안학교만 명시했을 뿐 유치원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1월 30일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이 적용되면서 ▲유아교육법상 유치원도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됐다.

이처럼 주요 이슈도 아니었고, 법상에도 교육감 재량이다 보니 당연히 시행범위와 급식단가 등에 지역별 차이가 컸다. 특히 학교 무상급식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지역은 유치원 무상급식도 마찬가지였고, 학교 무상급식에는 선도적이었으나 유치원 무상급식은 아직 시작도 못한 지역도 있다.<도표 1 참조>

정착의 관건 ‘사립유치원 무상급식’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국·공립유치원의 무상급식은 어느 정도 정착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행 중인 12개 교육청 이외에 서울과 부산 등 미시행 교육청이 내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광역·기초단체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 과정의 관건은 ‘사립유치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체계 및 예산이 비슷하게 운영되는 국·공립유치원은 급식단가 산정과 운영이 상대적으로 쉽다.

여기에 국·공립유치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병설유치원은 기존 초등학교 시설과 인력 등을 함께 운용할 수 있어 더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사정이 다르다. 일단 ‘사립’이라는 점 때문에 ‘국·공립’과 같은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 여기에 유치원 3법 탄생 원인이 사립유치원의 대규모 회계 비리였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상급식비를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급식비 구성 항목에도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다. 기존 학교급식비는 ▲식품비(식재료 비용) ▲인건비 ▲운영비(각종 공과금과 소모품비 등) 등으로 구성된다. 국·공립유치원은 시설과 급식 종사자 모두 교육 당국에서 채용해 운영하는 터라 큰 문제가 없지만, 사립유치원은 시설 운영자 개인이 인력과 설비를 갖춰 운영하는 형태라 이들에 대한 시설과 인건비 지원은 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교육청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인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에 인건비와 운영비를 포함한 3325원을 지원하지만, 충남교육청은 식품비 1740원만 지원한다.

익명을 요구한 충남의 한 유치원 영양사는 “사립유치원에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립유치원의 회계와 사용과정이 납득할 정도로 투명해야 할 것”이라며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해본 경험자 입장에서 투명성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식비와 간식비 문제도 있다. 학교급식법에서 학교급식으로 인정한 범위는 ‘정규수업 일수의 점심 식사’뿐이다. 그러나 유치원은 점심 식사 외에 오전과 오후 2차례의 간식이 있다.

간식비는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어서 식품비를 지원하는 몇몇 교육청은 전체 지원금 중 식품비 사용 비율을 권장하고, 남은 비용에서 간식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물론 간식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어린이집과 형평성? 기준 정립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유치원 무상급식을 공식 발표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급·간식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가 잠정적으로 파악한 유치원 급식비는 3100원인 반면, 누리과정을 통해 지원받는 어린이집 급식단가는 최대 2500원.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최대 2000원에 불과했다. 즉 연령대가 비슷한 영·유아임에도 급식단가에 차이가 크다는 것.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정부가 운영하는 ‘누리과정’에 의해 운영비를 지원을 받는데 급식비와 하루 2회 간식비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같은 누리과정 지원이 아닌 유치원 무상급식을 도입한 12개 교육청을 보면 어떤 지역은 급식비가 오른 반면, 어떤 지역은 오히려 운영비를 제외한 식품비만 지원했을 때 기존 급식비보다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이는 명확한 기준 없이 각 지역 상황과 교육감의 재량으로 급식비를 정해 빚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치원 급식단가가 얼마로 정해질 것인지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고, 여기에 사립유치원에 어느 항목,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것인가에 따라 급식단가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여 통일된 급식단가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언급한 3100원이라는 급식단가가 어떤 산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다”며 “예산 부담 주체와 논의를 통해 정확한 급식단가를 산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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