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소비기한’ 급물살 타나
식품 ‘소비기한’ 급물살 타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6.06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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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주요 제도개선 방향으로 발표
급식업계, “식재료 소비에 변화 일고 급식단가에도 영향 줄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가 식품 등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도록 제도 변경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표기 도입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식품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식품 소비기한 표기가 본격 도입되면 단체급식 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이하 식약처)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최를 맞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식품·의약품 분야에서 추진하는 주요 제도 개선내용을 발표했다.

총 4가지로 발표된 이번 개선내용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식품 소비기한 도입’이었다. 식약처는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식품표시광고법 등 관련 규정을 연내 개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소비기한은 규정된 보관 조건에서 소비하면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따라서 통상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길다.

소비기한 도입 논의가 나온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의 양 때문이다. 이로 인한 낭비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또한 증가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식약처가 발표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 생산에 의한 것이고, 6%는 음식물쓰레기가 그 원인이다.

선진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한 지 오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도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제품에 표시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소비기한 도입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소비기한 논의를 공식 제기했고, 강병원·고영인 국회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소비기한 표시를 골자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낙농업계로 대표되는 농업단체와 일부 식품업계가 낮은 소비자 인지도와 ‘식품안전 위협’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면서 큰 진척은 없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아 변질 위험이 큰 식품이 유제품인 탓에 낙농업계는 “소비자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시점에 무리하게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소비자와 낙농업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식약처가 국제 정상회의를 맞아 발표한 소비기한 도입 재논의는 주무 부처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 소비기한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소비기한 도입의 필요성과 ‘소비자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소비기한의 전제조건이 ‘지정된 조건에서 보관이 이뤄졌을 경우’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데, 반대로 보면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식품은 소비자에게 식중독 위험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국민들께 소비기한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알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기한이 본격 도입되면 단체급식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식단 작성의 폭이 넓어지고, 사용 가능한 식재료 종류가 늘어나는 동시에 주문한 식재료의 섭취 가능 시기도 길어진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식재료 주문량은 더 많아지고, 이는 결국 식재료 단가 인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즉 어떠한 형태로든 급식단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당일주문·당일소진’이 원칙인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급식보다 일반 급식소에 나타날 가능성이 큰 편.

위탁급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급식용 식재료의 전체 단가가 하락할 것은 확실한 편”이라며 “급식단가 또한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종합적인 검토 후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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