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무시하며 ‘음식물처리기’ 도입한 법무부
현행법 무시하며 ‘음식물처리기’ 도입한 법무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7.05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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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교도소, 현행법 어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설치
“효과 미미하고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 주는 시설” 비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법무부(장관 박범계) 소속 교도소에 현행법을 위반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관련 공무원들의 관계 법령 인지 수준이 낮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법무부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정시설 급식소는 일반적인 단체급식소보다 잔반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효용 가치가 떨어짐에도 여전히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어 더 큰 비판이 나온다.

본지가 법무부를 통해 확보한 ‘교정기관 음식물처리기 구입 및 보유 현황’에 따르면, 전국 57개 교도소·구치소·보호소 중 14개 교도소·구치소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상 허용치 200kg인데…
시간당 500kg 처리시설 갖춰

문제는 14개 교도소 중 전주와 부산, 춘천 3개 지역 교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간당 500kg을 처리한다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허용 용량은 1일 최대 100kg이며, 처리방식에 따라 최대 200kg까지만 허용돼 3개 교도소에 설치된 시설은 현행 법령 위반에 해당된다.

문제가 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탈수식’ 처리방식도 법령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별표 3에 명시된 처리방식은 ▲부숙(썩혀서 익히는 것) 시설 ▲사료화 시설 ▲퇴비화 시설 ▲부숙토 생산시설 ▲호기성·혐기성 분해시설 ▲버섯재배시설뿐이다. 즉 탈수식은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화학적·기계적 재활용 처리를 해도 남은 잔존물은 결국 버려야 하고, 이 역시 법령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법령상 허용된 부숙이나 사료화·퇴비화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기보다 외부용역을 맡겨 곧바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 3개 교도소를 제외한 10개 교도소는 모두 건조식, 미생물발효식 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또 탈수식은 지역 조례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5조 1항에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적정 처리를 위해 관할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시·군·구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전주와 부산, 춘천지역의 조례를 확인한 결과, 탈수식 방식은 허용하지 않았다.

오염수 배출하는 탈수식
폐기물관리법 취지에도 문제

이 같은 탈수식 처리시설의 설치는 폐기물관리법의 제정 취지 또한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서 구분한 것처럼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목적은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발생한 폐기물의 재활용을 유도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는 경우에는 주변 환경이나 주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사전 조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간당 500kg를 처리할 수 있는 탈수식 시설은 단순히 음식물쓰레기를 압축하거나 흔들어 쓰레기에 포함된 물기만 제거하고 추출된 오염수를 다시 하수구에 버리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수질 오염 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단체급식소에 근무하는 한 영양사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온 오염수가 그대로 하수구로 흘러가면 부영양화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제거한 오염수도 폐기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처리해야 함에도 교도소 근무자들이 전혀 그런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불필요해… 결국 혈세 낭비
그럼에도 계속되는 도입 확대

탈수식 처리시설은 결국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물쓰레기는 탈수 처리를 한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배출할 수 없고, 결국 다시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에게 비용을 주고 맡겨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교도소에서 오히려 이런 처리시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대전교도소는 지난 5월 말 나라장터를 통해 추정가격 2727만 원의(배정예산 3000만 원)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입찰공고를 올렸다.

이 입찰공고에서 대전교도소는 물품 규격을 1시간 1t, 하루 3t 이상의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정했다. 1일 최대 200kg만 허용한다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명백히 위반 터무니없는 이 공고에는 100여 개 이상의 업체가 응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급식 관계자들은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소속 기관들이 앞장서 법을 어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일선 교정시설에서 관련 법령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다면 법무부 담당 부서가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역할 또한 전혀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법무부가 오히려 도입 권장

실제 현재 전국 14개 교도소·구치소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은 모두 지난해 9월 이후에 도입된 것들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법무부가 각 교정시설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도입을 공문 등을 통해 권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법무부가 세밀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기식’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공급식 분야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법령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려는 법무부 담당 부서의 행태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법령을 한 줄만 읽어봐도 탈수식 처리기는 쓰면 안 되는 것을 알 텐데 이제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또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시설을 없앨 수도 없고,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가 계속 법을 어길 수도 없고 난감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담당자는 “시간당 500kg짜리 시설은 처리기라기보다는 단순하게 물기를 제거하는 시설이며, 처리에 앞서 해당 지역에 설치를 문의하고 허가를 받은 지역에만 설치된 것으로 안다”며 ”현행법령 위반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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