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담중에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하품”이라는 말이 있다. 옛부터 삼복더위를 이기는데 최고로 쳤던 음식인 ‘민어탕’. 민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신안의 임자도 인근 바다다. 회유성 어족인 민어가 산란을 위해 몸을 풀러 오기 때문이다.
■ 민어의 메카 신안
■ 활민어 숙성회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신안군 송도 위판장 활선어 21번 중매인인 임자수산의 주광만 대표는 16년째 민어를 경매 받아 도소매를 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횟감은 수치(숫놈)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수치는 육질이 좋고 무엇보다 뱃살이 많아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산란철 암컷은 알이 꽉 차서 뱃살이 거의 없어 횟감보다는 탕거리나 건정(마른 생선)용으로 많이 나간다. 그래서 초복에서 중복 사이에는 수치가 암치보다 kg당 1만 원 이상 비싸다. 주 대표도 선어를 숙성한 것보다는 활민어를 3-4시간 얼음에 재워 숙성 시킨 것이 가장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활민어는 특급, 배에서 잡아 얼음에 재워온 잡힌 지 3-4일 된 선어는 A급, 7일 정도 되는 것은 B급으로 친다. 그 이상은 하급이다.
민어는 잡아서 바로 위판 되기도 하지만 양이 많지 않을 때는 잡아서 피를 뺀 뒤 어선 저장실에 모아 놓았다가 한꺼번에 위판장으로 가져온다. 그래서 아주 신선한 선어라도 3-4일, 좀 더 시간이 지난 것은 일주일쯤 지난 것들이다. 이 선어들이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동 시장으로 가서 경매를 한 번 더 거친 뒤 횟집으로 분산된다. A급의 민어라도 횟집 식탁에 오르기 까지는 5-6일, B급이라면 7-8일 이상이 지나야 한다. 선어 숙성회보다 갓 잡은 활민어 숙성회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냐
민어는 조기처럼 군단으로 몰려다녔다. 임자도에서 만난 노인 어부들은 옛날 임자도 바다에 민어 떼가 몰려들면 “뻘건 민어의 등이 물에 비쳐서 바다가 온통 뻘갰다”고 증언한다. 민어는 개구리처럼 왁왁 울어댔다. 민어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공기 조절 기관인 부레에서 나는 소리였다. 옛날 어부들은 대통을 물속에 꽂아 귀로 들어보고 민어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알았다. 과거에는 임자도뿐만 아니라 인천 앞바다 덕적도와 굴업도 역시 민어의 산란장이었기에 인천에는 여전히 민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인천 신포시장에 민어 전문 횟집들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민어의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1924년에는 2만t까지 잡혔다는 기록이 있지만 어업기술이 발달하고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갈수록 줄어들어 2017년에는 3692t 밖에 안 됐다. 바다가 얼마나 많이 고갈됐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통계치다. 황금알을 낳는 바다가 죽어가는 원인은 온갖 해양 쓰레기와 오염물질들, 치어까지 잡아들이는 촘촘한 그물과 어군탐지기로 쫓아가며 잡는 대량 남획, 바다 모래 채취로 산란장이 줄어드는 등의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바다에서 나오는 민어를 맛볼 수 있을까? 바다 살리기를 통해 어족 자원을 회복시키려는 적극적 노력이 없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는 더 이상 민어를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옥종 시인의 ‘민어의 노래’ 중 “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에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