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경남 진주
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경남 진주
  • 한식진흥원
  • 승인 2021.07.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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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냉면 & 진주비빔밥

엄마와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온 곳이 바로 ‘진주’다. 그 계절도 딱 이맘때였다. 그때 진주의 경상남도수목원에서 짙은 녹음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낯선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얼마 전 “그때 먹었던 진주냉면이 참 맛있었다”라는 뜬금없는 엄마의 말에, 다시 진주를 뒤적였다. 

■ 삶 속에 살아있는 진주의 역사와 맛  
진주의 역사가 담긴 진주성은 진주 현지인들에게는 산책 장소로도 유명하다. 촉석루에서 남강을 바라보며, 한 낮의 열기를 식히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이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멀리 두고 이따금 시간을 내어 찾아가야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두고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 숨쉬는 역사란 새삼스런 깨달음 때문이다.

진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궁금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진주성 근처 진주 인사동 골동품 거리를 거쳐 진주중앙시장으로 이내 발걸음이 향한 이유이다.

진주성 주출입구인 공북문과 가까이 있는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는 고문서, 전적, 서화, 탁본, 도자기, 조각품 등 고미술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모여 있다. ‘새즈믄거리’라고도 불린다.

인사동 골동품 거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전통시장인 ‘진주유등중앙시장’이다. 진주의 대표 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연계해 ‘중앙시장’에서 ‘중앙유등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884년에 개설된 유서가 깊은 이곳엔 노포도 많고, ‘팥물을 얹은 찐빵’ 등 진주만의 맛도 품고 있다. 

■ 진주 여름 맛의 진수 ‘진주냉면’
여름날, 진주 여행길의 보람은 화려한 맛과 멋을 자랑하는 진주의 맛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껏 달아오른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 진주냉면의 속 시원한 맛은 진주에서 맛본 화려한 맛의 첫 번째이다. 진주냉면은 꽤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진주 인근 산간 지역에서는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 재배가 성행했고, 이에 진주에서는 예로부터 메밀국수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인 진주냉면은 양반가와 기방에서 선주후면(先酒後麵)에 따라 입가심으로 즐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진주냉면이 지금처럼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르는 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1994년 북한에서 발행한 ‘조선의 민속전통’이란 책에 “랭면 중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진주냉면은 멸치, 바지락, 건홍합, 마른명태 등 해산물을 넣어 육수를 만들고, 육전을 붙여 채 썰어 고명으로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그 담음새가 눈 맛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시원한 육수에 메밀면과 육전이 어우러지는 맛도 개인적으로 꽤 좋았다.

■ 진주 맛의 화려한 진수‘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은 진주의 화려한 맛 그 두 번째다. 진주비빔밥은 소고기 우둔살을 잘게 썰어 깨소금,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육회를 중심으로 일곱 가지 재료를 올리는데, 그 담음새가 꽃 같다고 해 꽃밥, 칠보화반(七寶花盤)이란 애칭이 붙는다. 선짓국이 탕국으로 나오는 것도 이색적인데, 우시장이 발달했던 진주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의 조합이다. 엿꼬장이란 특별한 고추장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한편 진주비빔밥의 화려한 맛과 멋 뒤에는 임진왜란 때의 전투음식이었다는 역사가 담겨있다. 반찬과 밥을 한 그릇에 해결할 수 있는 비빔밥은 최상의 전투음식이었고, 나물 밥의 영양을 보충하고자 소고기를 넣어 만든 것이 바로 진주의 육회비빔밥이다. 

‘진주’는 그 이름 자체로 화려함이 가득하다. 그 화려함과 그 화려함이 품고 있는 또 다른 멋과 맛을 발견한 한여름날의 진주 여행길은 꽤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그날에 즐겼던 진주의 화려한 여름의 맛은 고스란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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