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급식, ‘특별식’ 주고 조리는 ‘로봇’이 맡는다
군급식, ‘특별식’ 주고 조리는 ‘로봇’이 맡는다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8.2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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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생활여건 개선 분과위, 브런치 등 특별식 제공 논의
조리로봇 시범 도입 후 모든 과정에 로봇 활용 급식시설 추진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최근 논란이 됐던 부실한 군급식 사태 이후 장병 선호도와 건강을 고려한 특별식부터 취사병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조리로봇까지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방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 실현을 위해 민·관·군은 물론 정부 관계 부처와도 깊이 있는 논의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장병 생활여건 개선’ 분과위원회(위원장 이영은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하 분과위)는 지난 9일 제4차 화상 회의를 개최하고, 2022년도 장병 기본급식비 적정수준(안) 및 브런치 등 특별식 제공과 관련한 개선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군급식 개선을 위해 장병 선호도와 건강까지 고려한 특별식부터 취사병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조리로봇까지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조리병이 볶음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군급식 개선을 위해 장병 선호도와 건강까지 고려한 특별식부터 취사병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조리로봇까지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조리병이 볶음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식품영양 분야 전문가인 류경 위원(영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2022년도 장병 기본급식비 적정수준을 1만10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지난해 국방부가 대한영양사협회에 의뢰한 정책연구에서도 2021년 장병 기본급식비 적정수준은 1만5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당 1일 3000kcal 영양 충족을 전제로 장병 선호도와 균형 있는 영양공급, 조리병 업무 경감을 위한 반가공품 확대 등이 반영된 결과다.

류 위원은 “‘장병 선호와 건강을 고려한 先 식단편성·後 식재료 조달체계 구축’을 하려면 반드시 적정수준의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분과위는 국방부에 재정 당국과 적극 협의해 급식비 예산(안)이 반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권고했다.

이어 군급식 분야 전문가인 함선옥 위원(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브런치 등 특별식 제공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함 위원은 현재 장병에게 제공되는 브런치는 햄버거 위주로 단조롭고, 단가에 비해 다소 양이 부족하며, 이 같은 햄버거 위주의 브런치는 정해진 식재료를 소비해야 하는 공급자 위주의 경직된 군 조달체계로 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방부가 주말·휴일에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인 ‘뷔페형 간편식(양식·한식)’ 방안은 조리병 업무 경감에는 긍정적이나 식단과 제공량이 부족할 수 있고, 명칭도 ‘장병 선택형 특별식’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봤다.

함 위원은 “브런치는 장병 건강과 선호를 고려해 아시안 푸드 등 트렌디한 메뉴로 구성하되, 간편 샐러드 바를 함께 운영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며 “햄버거 제공 시 볶음밥을 함께 제공하는 등 추가 식단을 통해 장병들의 포만감을 충족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병 선택형 특별식은 빵과 밥 종류를 다양화하고, 스프도 제공하는 등 종류 확대가 필요하다”며 “직접 조리하는 ‘셀프 조리 코너’와 단가를 감안한 전처리 식재료 및 완제품 소스 사용은 비용과 조리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모니터링단이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6군수지원단에 방문해 격리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대한민국 모니터링단이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6군수지원단에 방문해 격리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에 대해 국방부 군수관리관은 “2022년도 장병 기본급식비가 1만1000원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며 “장병 선택 특별식은 단가나 조리기구 구비 여건 등을 감안해 대규모 부대보다는 소규모 부대를 시범 운영한 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분과위 제안에 이어 국방부는 조리병의 과도한 업무 부담 줄이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국방부는 그간 조리병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던 튀김, 볶음, 국·탕, 취사 등의 작업에 ‘조리로봇’을 시범 도입한다. 이번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국방부는 군급식 모든 과정에 로봇을 활용하는 급식시설 구축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제8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를 공동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맞춤형 로봇 투입으로 작업이 열악한 공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로봇활용 표준공정모델을 국방부, 방사청 등과 협력해 군급식 및 방위산업에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리병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는 ▲튀김 ▲볶음 ▲국·탕 ▲취사 등 4개 작업의 로봇 활용 표준모델을 개발해 육군훈련소 28연대 식당에 연내 시범 보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야전부대 등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 같은 계획 추진을 통해 군 장병들에게 양질의 급식은 물론, 조리병의 업무 부담과 안전사고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급식 운영 전반에 로봇을 활용하는 데모 급식시설 구축도 추진해 2022년부터 신축에 착수하는 육군 급식시설에 시범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문승욱 장관은 “산업부와 국방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래 혁신기술의 시험장 역할과 안정적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신산업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로봇 분야는 군급식과 방산 제조공정 분야까지 확산시키는 민·군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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