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을 우유 단순 소비처로 보지 말라”
“軍을 우유 단순 소비처로 보지 말라”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8.2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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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우유 선택권 도입’ 검토에 낙농업계 ‘반발’
실제 한 해 버려지는 흰우유… 200ml 약 3271만 개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최근 부실 급식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국방부(장관 서욱)가 대대적인 군급식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유급식 개선 방향을 놓고 낙농업계와 마찰을 빗고 있다. 낙농업계가 생존권을 이유로 군 장병들에게 우유 선택권을 주자는 방안에 격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이 같은 반발에 공공급식 관계자들은 “낙농업계가 국민의 요구와 시장 흐름, 세대의 변화에 맞는 자구책 마련은 뒤로한 채 군부대와 학교 등 공공급식 분야를 단순히 ‘소비처’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장병 생활여건 개선 분과위원회’에서 우유 할당량 폐지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장병들의 기호를 반영해 흰우유·가공우유·두유의 할당 기준을 없애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냐는 것이 주요 화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논의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낙농육우협회(이하 낙농협회)와 축산 관련 매체들은 이달 초부터 군 우유급식 개선 방향에 대해 극렬히 반대하는 성명과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농협회는 지난 2일 흰우유 할당량 폐지 반대 성명을 내고, 국방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낙농업계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반면 국방부와 공공급식 관계자들은 낙농업계의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흰우유 급식량 감축은 군급식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낙농업계 등의 반발로 불가피하게 이어온 우유급식으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세금이 많았다는 것.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우유급식 기준은 장병 1인당 1년에 흰우유 393개(일일 1.2개), 가공우유(딸기·바나나·초코우유) 30개, 두유 12개다. 이 중 국방부가 밝힌 실제 장병들이 마셔서 소비하는 우유 소비량은 약 85%로, 국군 55만5000명(2020년 12월 기준, 국방백서)으로 환산하면 약 15%에 해당하는 200ml 우유 약 3271만 개가 남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먹지 못한 우유들은 대부분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우유는 각 부대별로 식수인원에 맞춰 제공되는데 부득이하게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유당불내증’ 환자들이나 우유 먹기를 꺼리는 장병들이 있어 일부 우유가 남는 실정. 물론 남은 우유는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원하는 장병들이 꺼내먹기도 하지만, 결국 유통기한이 경과하면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해 버려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급식 관계자들은 낙농업계가 공공급식을 단순 소비처로만 보는 문제가 여전하다며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입은 모은다. 여기에 국방부도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부분을 개선해 양질의 군급식이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급식에 다년간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유급식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 도입 등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낙농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었다”며 “낙농업계는 공공급식 분야를 확보된 소비처로만 보지 말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급식 제도 개선을 통해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군납용 가공우유는 원유 함량이 70%가 넘도록 하고 있으며, 두유는 우유를 선천적으로 마시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등이 있는 장병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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