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먼나라 이야기'… 유치원 영양교사
'아직은 먼나라 이야기'… 유치원 영양교사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8.3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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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양교사, 전국에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영양교사 정원 확보에 근무 기피에 대한 대안 마련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을 적용받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을 도입한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유치원 영양교사 배치’는 아직 단 한 곳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지부진’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현장 관계자들은 일선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이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본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 16일 기준 전국 공립유치원 중 영양교사가 정식으로 배치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 전국 현황에 따르면, 공립유치원은 모두 5118개소이며, 이 중 단설유치원은 515개, 병설유치원은 4603개다. 그리고 이들 공립유치원은 원아 수와 관계없이 개정된 학교급식법과 동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따라야 하며,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아 100인 이상 유치원에 한해 적용된다.

즉 학교급식법 개정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교사 임명 권한이 있는 사립유치원은 제외하더라도 공립유치원은 영양교사 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교육부, 배치할 계획 없었다”

영양교사 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교육 당국의 무성의한 태도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시점은 지난해 1월 30일. 국회는 학교급식법의 안정적 적용을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고, 이에 따라 본격 시행일이 2021년 1월 30일로 확정됐다.

유예기간은 예산 확보와 급식시스템 구축, 관계자 교육 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에도 교육부는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8월에서야 원아 100인 이하 사립유치원을 학교급식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해 당시 유치원들은 법 적용을 두고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이 시기는 이미 2021년도 정부 예산 작업이 막바지 단계인 터라 유치원 배치 영양교사 정원을 새롭게 요구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의지가 있었다면 사립유치원 적용 기준 확보 이전에 유치원 영양교사 정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법 개정안 적용이 2021년 1월 30일이므로 2020년 12월에 시행하는 임용시험에서 합격된 영양교사들을 2021년 3월 1일 자 인사발령을 통해 유치원에 배치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 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몇몇 교육청에서 유치원 영양교사 정원을 교육부에 요구했지만, 교육부가 ‘법 적용 이전’이라는 이유로 일괄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치 쉽지 않은 유치원 영양교사

유치원 현장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도 제기한다. 현재 학교급식소의 인력배치 구조를 보면 정작 유치원 영양교사를 선발해도 배치할 시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학교급식법 개정 이전 공립유치원에는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집단급식소 설치기준’에 따라 이미 영양사가 배치되어 있고, 이들 신분은 절대다수가 교육공무직이다.

이 같은 교육공무직은 정규직에 비해 처우와 복지 수준이 못 미치지만 본인이 희망하는 한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배치된 곳은 현실적으로 영양교사 배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배치가 가능한 곳은 신설 유치원이나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퇴직 혹은 면직이 발생한 유치원 뿐이다.

본지 확인 결과 대다수의 교육청은 이같은 시설에 ‘기간제 영양교사’를 임시 배치해 영양교사 정원 확보 시 발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3법’ 개정안 논의가 나온 몇 년 전부터 도내에 신설되는 학교뿐만 아니라 공립유치원에도 모두 기간제 영양교사를 배치하고 있다”며 “영양교사 정원이 확보되는 대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치원 근무 기피 가능성도 제기

일선 영양교사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현직 영양교사들이 유치원 근무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유치원은 학교보다 원아 수도 적고, 식재료 양도 많지 않아 검수 부담이 적은 데다 아침과 저녁급식이 없어 다소 가벼워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 유치원급식의 가장 큰 문제는 ‘급식 체계 구축’이 학교에 비해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학교급식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 구축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고 타 학교 구성원들의 높은 급식이해도, 행정실과의 협력체계 등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다면, 유치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에 급식점검차 방문해보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유치원이 한둘이 아니다”며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물론 조리사도 급식관리가 왜 필요한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치원에는 아침과 저녁식사 대신 2차례의 간식을 매일 준비해야 하고, 방학 중에도 급식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큰 편이다. 무엇보다 간식은 법이 정한 학교급식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시설 관계자와 영양교사 간 갈등도 예상된다. 유치원 원장이나 학부모, 교사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 여기에 학교에 비해 조리인원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어 모든 것을 영양교사가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부담 또한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현실적인 애로사항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몇 년 전부터 가산점 제도를 모든 교육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3년부터 2·3식 학교 근무 시 차기 인사발령에 가산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운영한 전북교육청을 필두로 17개 교육청 중 14개 교육청이 현재 2·3학교 근무 시 가산점 혹은 별도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의 한 영양교사는 “유치원 영양교사 근무 기피 현상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할 것”이라며 “이를 영양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 당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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