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서 키운 애호박으로 된장찌개 끓여요”
“남극서 키운 애호박으로 된장찌개 끓여요”
  • 정지미 기자
  • 승인 2021.09.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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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에서 신선 열매채소 본격 수확
잎채소 매주 1~2kg씩… 애호박 등 열매채소 재배는 처음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최저 영하 25.6도까지 떨어지는 혹한 남극의 실내농장에서 키운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에 설치된 실내농장은 농촌진흥청이 보낸 시설로, 된장찌개의 재료였던 애호박 이외에도 오이, 수박 등의 열매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특히 남극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해 먹은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이하 농진청)과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세종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돼 현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세종기지 실내농장 내부 모습.
세종기지 실내농장 내부 모습.

지난해 10월 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냈던 실내농장은 올해 1월 중순 현지에 도착했으며, 2~4월 설치 및 시운전을 마치고, 5월 7일 첫 파종을 시작했다. 이후 농작물이 잘 자라 상추 등 잎채소는 6월부터 매주 1~2kg 수확을 하고 있다.

열매채소는 이번이 첫 재배라 염려가 많았지만, 오이ㆍ애호박ㆍ고추는 7월 중순부터, 토마토와 수박은 8월 중순에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7명의 세종기지 대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쌈은 물론 찌개나 국, 무침, 주스 등으로 신선 채소를 먹고 있다.

과거 10년 전 보낸 실내농장은 상추 등 잎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으나 이번 실내농장은 오이ㆍ애호박ㆍ고추ㆍ토마토ㆍ수박 같은 열매채소까지 재배할 수 있도록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세종기지 실내농장 외부 모습.
세종기지 실내농장 외부 모습.

실내농장의 특징으로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 종류 및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또 농진청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실내농장 내부 재배 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어 세종기지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고 있다.

또한 실내농장의 규모는 40피트(12×2.4m) 컨테이너 2개로 구성해 기존 실내농장보다 재배공간이 훨씬 넓어졌으며, 재배실과 휴게실로 각각 나눠 운영된다.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국에서 83개 기지가 운영 중인데, 이 중 일부 기지는 신선 채소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만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 재배하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곳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세종기지가 두 번째다.

허태웅 청장은 “실내농장에서 수확한 신선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 드시고, 아무쪼록 건강을 잘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실내농장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극지는 물론 사막 등에도 수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대원들이 신선한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기지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이 실내농장에서의 푸른 농작물 재배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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