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종사자의 폐암, ‘산재’로 굳혀지나
조리종사자의 폐암, ‘산재’로 굳혀지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9.03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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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산재 신청한 경기도 조리종사자, 지난달 ‘산재 승인’
세 번째 산재 신청, 역학조사 없이 승인… 결국 국가도 인정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조리종사자들의 폐암이 잇따라 산재로 인정되면서 학교급식 조리실에 가스주방 대신 전기주방을 설치하자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랜 기간 조리실에서 근무하다 폐암에 걸린 조리종사자가 올해만 세 번째 산업재해(이하 산재) 인정을 받은 데다 정부도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하 흄)’이 폐암을 일으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흄은 발암성 가능 물질로 분류된 폐암 위험 요인으로, 특히 튀김과 볶음 등 고온에서 기름을 동반한 조리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초미세분진이다.

학교급식에서 근무하다 2019년 폐암 4기를 진단받고 투병 중이었던 광명시 A중학교 B조리종사자가 지난달 9일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는 폐암 판정을 받고 퇴직하기 전까지 약 18년 10개월 동안 학교급식 조리종사자로 근무해왔다. 폐암 진단 후 B조리종사자는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산재 신청을 냈다.

산재를 심의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학교급식 조리종사자로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기름을 사용한 조리과정에서 흄에 많은 시간 노출됐다”며 “흄이 폐암의 위험 요인인 점과 각종 연소 가스에 과다 노출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폐암 산재 인정 올해만 세 번째

이번 폐암 산재 인정을 포함해 급식소에서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가 올해에만 세 번째다. 앞서 올해 2월과 6월에도 조리실 근무가 폐암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산재 신청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본지 315호(2021년 7월 6일자) 참조>

이번 산재 인정이 앞선 두 건의 산재 인정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별도의 역학조사 없이 산재가 승인됐기 때문이다. 즉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흄이 폐암 발생과 연관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조리종사자들이 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는 별도의 소명과 조사 없이도 정부 당국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세 번째 산재 신청에 자문을 맡았던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관계자는 “후드와 환풍기, 공조기 등은 유해물질을 차단하지 못했고, 다량의 유해물질을 흡입할 수밖에 없었던 조리실 환경이 폐암으로 이어졌다”며 “안전보호장치나 기구 착용은 물론 유해성에 대한 교육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명시 A중학교 사례를 포함해 모두 14건의 산재 신청을 한 상태여서 추후 산재 인정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흄 줄이는 ‘전기주방’ 늘어날까

폐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흄은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발생하는 물질로 2010년 국제암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명시한 폐암 위험 요인이다.

전국교육공무직노동조합 등의 단체에서는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흄을 제거하기 위해 후드나 덕트 등의 공기 조절 장치를 설치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상 운영이 되지 않거나 미비한 곳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 외에도 급식 전문가들은 흄 성분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신축된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현재 절대 다수의 학교급식실이 가스주방를 사용하고 있는데 흄과 함께 일산화탄소 등의 조리실 유해가스를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기주방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급식용 인덕션 등 전기주방설비를 생산하는 (주)디포인덕션 허진숙 대표는 “인덕션을 사용하는 조리실과 사용하지 않은 조리실의 평균 온도는 10℃ 이상 차이난다”며 “전기주방은 흄 성분 발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저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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