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대상된 우유 가격, 급식업계도 예의주시
논의 대상된 우유 가격, 급식업계도 예의주시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9.07 2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식품부,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 열고 의견 교환
소비자·낙농가·유업계, 한자리 모두 모였지만 생각은 ‘제각각’

[대한급식신문=정지미ㆍ김기연 기자] 원유는 남아도는데 우유 가격은 높아지는 현상이 개선될 수 있을까. 정부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우유 대량 소비처인 단체급식업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낙농산업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위원장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 이하 위원회)를 구성한 이래 첫 회의를 열고, 낙농산업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낙농진흥회를 통해 생산자·수요자·전문가·소비자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1년간 운영하며, 생산비 연동제 등 제도개선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산자가 불참하는 등 논의에 진전이 없자 농식품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로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에는 관계 부처·학계, 소비자·생산자·수요자·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며,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단과 축산정책국장이 총괄하는 제도개선 실무 추진단도 함께 운영된다.

이날 1차 회의에서 박영범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낙농은 타 산업 대비 안정적인 산업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변하고 있다”며 “낙농이 변화 없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해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낙농진흥회를 통해 제도개선을 논의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 주도의 제도개선 논의와 이에 맞춘 중장기 산업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단 첫 회의는 특별한 개선책 논의 없이 앞서 언급됐던 내용과 낙농산업 관련 주체들의 주요 이견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먼저 한국여성소비자현합 김천주 회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기초식품인 우유의 가격을 개선할 것인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홍연금 본부장 역시 “시장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이 오르면 과연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낙농가들은 정부의 개선책 시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낙농제도는 그동안 정부, 생산자, 수요자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전통이었는데 지금은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산업 현장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며 “위원회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반면 낙농가들과 늘 갈등을 빚어온 유가공업계는 개선안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유가공협회 이창범 회장은 연내에 중장기 산업발전 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이제는 정부가 결론을 내릴 시점”이라며 “비대칭적 제도로 인해 대부분 유업체가 적자 상태인 관계로 우유를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왜 유업체가 팔리지도 않는 원유를 사야 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매일유업 조성형 부사장도 “일부 홈쇼핑에서는 수입산 멸균우유가 리터당 1180원에 판매됨에도 국내 원유가격은 시장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에서는 낙농과 유가공산업이 지속될 수 없으므로 내부 갈등보다는 서로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단 농식품부는 1차 회의에 이어 이르면 오는 9~10월 중에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며, 2차 회의 이전 낙농산업 발전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약 2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연구 용역업체 선정 준비단계”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단체급식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치즈와 같은 유가공제품들이 급식에서 사용되고 있고, 산업체와 병원 등 일반적인 급식소에서도 후식으로 우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따라서 우유 가격 하락은 급식소의 우유 사용 빈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한다.

대구지역의 한 산업체 영양사는 “후식류로 우유를 넣으면 좋겠다 싶은 식단이 있어도 높아지는 우유 가격 때문에 포기한 적이 종종 있었다”며 “우유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식단편성에 다양하게 넣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