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기후위기, 흙과 식탁을 바꿔야 한다!
[카페테리아] 기후위기, 흙과 식탁을 바꿔야 한다!
  • 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혁신정책담 허남혁 주무관
  • 승인 2021.09.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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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혁신정책담 허남혁 주무관
허남혁 주무관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탄소배출을 줄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탄소중립/넷제로)로 만들어야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아볼 수 있는 희망이라도 생긴다는 것이다.

전기차로 바꾸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점점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은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다시 붙잡아서 땅속에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이라는 다큐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흙을 되살리는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유명한 가수 제이슨 므라즈가 왜 15년 이상 유기농 농장을 가꿔오고 있는지도 나온다.

땅속에 고체화된 탄소를 늘려갈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흙이 저장하고 있는 총 탄소량은 2500Gt으로 대기의 총 탄소량(760Gt)의 3.3배, 생물체(560Gt)의 4.5배에 달한다.

따라서 토양 탄소 저장량의 변화가 대기의 온실가스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화학비료와 농약, 농기계를 사용하는 산업적 농업방식은 흙을 망가뜨려 흙이 탄소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흙 속의 탄소를 배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농사에 석유를 많이 사용하고, 운송 거리도 길어서 그 자체로도 탄소 배출량이 크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흙의 비옥도를 되살리는 유기농업은 흙의 탄소 흡수능력을 더 키워준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유기 토양은 관행 토양보다 18~26% 더 많은 토양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퇴비를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산물의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수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토질 자체가 바뀐다.

흙 속에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이 다시 살아나 토양 유기물(SOM)이 많아질수록 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흙이 되살아나면 물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그 일대의 기후도 온화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반대로 흙이 메마르면서 침식이 되면 사막화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 2020년 확인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90억t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00억t으로 1위, 미국이 50억t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은 6억t으로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전 세계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면 390억t 전부, 아니 그보다 더 많은 탄소를 토양이 흡수해 격리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와 함께 흙 속의 미생물군과 가축 장내 미생물군, 그리고 인간 장내 미생물군은 농업과 음식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화학물질로 가축 퇴비를 대체하고, 흙 속 미생물이 농약으로 사라지게 되면 이러한 순환고리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결국 인간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것이 최근 방대한 과학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하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친환경농산물을 섭취하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실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정리해 본다면 그 시작은 흙을 되살리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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