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간다”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간다”
  • 설동훈
  • 승인 2011.05.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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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맛 배우는 미각교육 시급
어린 시절 잘못 형성된 입맛이 영양불균형과 각종 성인병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각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와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가공식품들로 인해 서구화된 입맛으로 전통식품을 기피하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 맛을 즐기고 알게 하는 미각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잘못 형성된 입맛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 아동기는 물론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음식과 건강한 음식문화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각교육, 9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돼
미각교육이란 1990년대 프랑스에서 젊은 세대들이 패스트푸드의 획일적인 맛에 길들여져 전통식품의 이름이나 맛을 모르고 멀리하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껴 전통 음식문화 계승을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된 교육이다.

이후 미각교육은 프랑스 외에도 그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과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전통 음식과 자연의 입맛을 살린 좋은 음식을 배워가는 교육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경우 미각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생을 통해 경험하게 될 기본적인 맛을 종류별로 체험토록 하고 식품의 분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영국의 경우 지금까지 냉동식품과 햄버거, 감자튀김 등이 주류를 이루던 학교급식을 정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메뉴로 바꿔 즉석에서 구워진 다양한 빵과 찐 감자, 생선요리 등의 건강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금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각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각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어린이들은 익숙한 맛의 음식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고, 또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입맛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른 입맛 통해 건강한 몸 유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출생 후 엄마의 젖을 물면서부터 입맛을 배우기 시작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영양소나 건강에유해한 음식을 가려 먹을 인지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조미료가 함유된 가공식품에 그대로 노출된다.

무분별한 이들 음식의 섭취는 결국 ‘맛있다’와 ‘맛없다’ 두 가지 음식으로 구분하는 획일화된 입맛을 갖게 되어 결국 입학 후 학교급식에 대한 부적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유아기 때부터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그리고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입학 후 학교급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며 “장류식품과 나물 등 전통음식은 물론 심지어 밥조차 기피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대상의 미각교육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어린 시절 잘못 형성된 입맛에 따라 섭취하는 음식물이 아동기는 물론 성인이 된 이후 각종 질병을 초래, 건강한 삶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크게 증가 추세를 보이는 비만, 당뇨 등 소아 성인병의 발병이 아이들의 입맛에 따른 음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원욱 전통한방제형연구소장은“한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해서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고 약으로 질병을 치료하듯이 음식으로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인식할 만큼 먹을거리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따라서 인공조미료 등에 길들여진 입맛으로 성장이나 건강에 해가 되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될 경우 각종 질병 발생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감으로 만나는 우리음식’교육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교육청이 금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미각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각교육을 위한 교재로 ‘오감으로 만나는 우리 음식’이라는 책자를 발간하고 오곡밥을 비롯해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 김치, 죽, 인절미 등 우리 민족이 즐겨 먹었던 전통음식에 대해 각각의 특색, 설명과 함께 영양 및 건강 관련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또 눈(시각)과 코(후각), 입(촉각),귀(청각), 혀(미각) 등 우리 몸의 다섯가지 감각을 통해 우리 음식을 즐겁게 먹고 그 맛을 즐기며 표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간미각수업 계획과 급식일정을 사전에 협의, 미각교육 후 미각수업에서 체험한 음식을 학교급식 식단에 반영, 교육의 효과를 한층 제고시킬 방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순주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입맛이 평생을 가는 만큼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 전통음식에 대해 친숙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따라서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더 늦기 전에 전통음식과 친숙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것이 미각교육의 시행 목적”이라며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고학년으로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이들의 건강한 음식문화와 입맛의 형성을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미각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1차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각교육 필요성, 부각될 것
일반적으로 맛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이뤄지고 가장 좋은 미각교육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에는 어떤 맛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집에서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며 맛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소위 ‘밥상머리 교육’은 아이들의 미각 형성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현재 40~50대 성인들이 으레 ‘고향의 맛’ 또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기억하는 음식 맛도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집에서 먹던 우리 전통음식이다. 이처럼 가정의 밥상에서 시행되는 미각교육은 단순히 교육 차원을 떠나 평생의 입맛과 건강한 삶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경혜 창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교수는 “임신시절에 엄마가 먹은 음식이 아이의 평생 입맛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입맛은 중요하다”며 “특히 한식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삶의 터전에서 먹어온 전통음식으로 건강과 영양학적 측면에서 아주 뛰어난 음식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미각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이들이 기피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어린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도 전통음식의 영양소와 건강을 판단하게 하는 미각교육은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한식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하지만 바램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 잘못 형성된 식습관과 입맛으로 인해 심각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우리나라에서도 미각교육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아직 외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공조미료와 패스트푸드에 중독돼 가는 현대인들의 미각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각종 성인병의 심각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미각교육의 시행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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