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매출 올린 순대 공장의 ‘두 얼굴’
400억 매출 올린 순대 공장의 ‘두 얼굴’
  • 서양옥 기자
  • 승인 2021.11.0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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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로 드러난 진성푸드의 순대 공장 비위생 실태 ‘경악’
천장 물새고 바닥은 벌레투성인데… HACCP에 급식·마트도 납품

[대한급식신문=서양옥 기자] 단체급식에도 순대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순대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제조과정이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보도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초로 해당 업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취재”라며 반박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분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순대 제조업체는 ‘(주)진성푸드’(대표이사 박진덕)로 확인됐다. 

지난 2일 KBS 9시 뉴스는 진성푸드의 전 직원이 제보한 진성푸드 공장 내부 사진과 영상을 근거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시설에서 순대를 생산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영상 속 공장 위생 문제 ‘수두룩’
제보받은 영상에는 공장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순대 재료에 섞여 들어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제보자인 진성푸드 전 직원은 물이 새는 이유에 대해 "배관 어딘가가 얼었다가 녹아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순대를 찌는 대형 찜기 아래 바닥에는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까만 얼룩처럼 보이는 상태였다. 여기에 순대 껍질로 쓰는 냉동 돼지내장은 공장 바닥에 깔아 해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영상에는 직원들이 찰순대, 누드 순대 등 여러 종류의 순대 완제품을 기계에 갈아 넣고 있었다. 이 영상에 대해 제보자는 “판매하기 곤란한 제품을 다른 순대 재료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보여진 진성푸드의 비위생적인 공장과 생산과정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그럼에도 연 매출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진성푸드가 생산한 제품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하 HACCP)을 인증받아 단체급식과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진성푸드 순대 공장 천장에서 물이 새는 모습. (사진 KBS 뉴스 영상 캡쳐)
공장 바닥에 벌레가 다닥다닥 붙어 까만 얼룩처럼 보이는 상태. (사진 KBS 뉴스 영상 캡쳐)
순대 껍질로 쓰는 냉동 돼지내장은 공장 바닥에 깔아 해동하는 모습. (사진 KBS 뉴스 영상 캡쳐)

식약처, 불시 위생점검에 착수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이하 식약처)는 진성푸드 공장에 대해 불시 위생점검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지난 2일과 3일에 충북 음성에 소재한 진성푸드에 대해 위생점검과 HACCP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게 육수농축액’을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알레르기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았고, 순대 충진실 천장에 응결수가 확인되는 등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하지 않은 백성찰순대, 고향순대 등 39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회수 조치했다. 회수 대상은 유통기한이 2021년 11월 3일부터 2022년 11월 1일 사이로 기재된 제품이다.

식품제조·가공업(순대 등)과 식육가공업(돼지머리 등)에 대한 HACCP 평가도 문제가 됐다. 평가 결과, 작업장 세척·소독 및 방충·방서 관리 등 일부 항목이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성푸드 입장표명, 비난만 키워
상황이 이런데도 진성푸드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기초로 한 악의적인 목적의 제보’라는 입장이다. 진성푸드 박진덕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자사 홈페이지에 안내의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바로 우측에는 39개 자사 제품명이 나열된 ‘부적합식품 긴급회수’ 공지를 함께 올렸다.

안내문에서 박 대표는 “지난 2일 KBS 보도로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방송 내용은 과거 근무했던 직원이 불미스러운 퇴사로 앙심을 품고 KBS 기자에게 제보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으나 기각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송 내용에 대해 소상히 알리겠다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먼저 천정 물이 충진통에 떨어진 영상에 대해 “금년 2월 동파로 배수관로에서 물이 떨어진 내용이고, 제품화된 사실은 없다”며 “충진통 양념은 즉시 폐기하고, 동파 수리는 완료돼 현재는 이상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바닥에 벌레 영상에 대해서는 “휴일 증숙실(찜기) 하수 쪽 바닥에 틈이 벌어진 것을 발견해 공무팀과 방제업체에서 모두 처리했고, 휴일이라 증숙기는 작동되지 않았으며, 찜통은 밀폐돼 벌레가 유입될 수 없는 구조”라며 “자극적인 방송 영상으로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조장하게 되어 순대업계 전체에 파급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순대를 갈아 쓴다는 영상은 “생산과정에서 당일 순대터짐, 굵거나 앏은 순대 일부는 재가공하여 사용했으나 방송 내용처럼 유통기한이 임박되거나 재고를 갈아 넣었다는 내용은 편파적인 편집과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기초로 진성푸드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취재를 빙자한 형태에 대해 방송국에 반론보도 청구 소송 준비와 악의적인 목적의 제보자 또한 형사소송으로 추후 결과를 관망하여 처리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생산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며, 문제 소지의 부분은 청산해 국민 먹거리로써 위생관리에 최선을 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급식 관계자들은 우려와 함께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서울 학교에 근무하는 한 영양교사는 “종종 순대를 급식에서 제공했는데 이번 문제가 터지니 걱정스럽다”며 “다른 것도 아닌 먹는 것인데 만일 보도된 영상이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저런데 해당 업체 대표가 내놓은 입장은 정말 가관”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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