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음식이 아름다운 성품 만든다
건강한 음식이 아름다운 성품 만든다
  • 설동훈
  • 승인 2011.05.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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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 살린 사찰음식 건강에 최고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선재스님

 


패스트푸드와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음식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이 맛없고 비호감인음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통식품의 맛과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들의 증가는 식문화 계승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영양 결핍과 그릇된 식습관으로 인해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웰빙 바람과 함께 건강식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찰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선재스님을 만나 사찰음식을 통한 건강한 생활과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알아본다.


■ 사찰음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제철 재료에기본적인 양념만 넣어서 맛을 살리는 소박한 음식이지만 건강한 자연을 통해 얻어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음식을 먹으며 오감의 즐거움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자연이 주는 대로 감사함을 마음속에 느끼며 그 음식이 만들어져 자신 앞에 놓이기까지 수많은 자연과의 인연을 생각하고 수행의 마음을 담아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찰음식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예전 사찰음식 강의를 듣던 수강생 중에 현직 의사가 있었는데 그분말씀이 불과 30여년 전 만해도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70%가 성인이고 아이들은 30%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패스트푸드와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음식물을 즐기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질병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만큼중요하고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찰음식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먹는 음식으로 수행이라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먹는 음식이무엇보다 중요한데 자란 땅과 물, 공기 모두 건강한 음식재료야만이 그 음식을 먹는 사람도 건강해진다. 사찰음식은 건강한 자연에서 나고 자란 재료에 인공조미료나 식품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담가 오랜 시간 발효시킨 장류를 이용해 만들어 내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건강한 재료에 건강한 양념을 사용해 만드는 음식인 만큼 몸과 마음을 맑게 하고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

■ 서구화된 입맛의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이 중요한가?
사실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패스트푸드나 인공조미료, 식품첨가물 등이 들어간 식품에 길들여져 햄이나 소시지 등이 식탁에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조차 햄, 소시지 대신두부로 맛을 낸 김밥이나 애호박에 통밀가루를 입힌 호박전, 직접 담가발효 숙성시킨 고추장을 이용한 떡볶이 등을 주면 의외로 잘 먹는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사찰음식은 모든 면에서 좋지만 굳이 사찰음식이 아니더라도 건강한 자연에서 수확한 우리 몸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음식은 재료가 중요한데 좋은 식재료란 무엇인가?
농약에 오염되지 않고 성장촉진제등이 들어가지 않은 제철에 수확하는 식재료가 가장 좋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위적인 가공을 하지 않고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진 것이 좋은 식재료이다. 따라서 계절과 무관하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었거나 농약, 비료 등을 이용해 재배한 식재료는 좋은 식재료가 될 수 없으며 건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음식이 사람의 성품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 하는가?
우리가 매일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음식은 사람의 성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요즘 아이들이 진중하지 못하고 끈기가 없다는 말들을 자주하는데 아이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아이들이 즐겨먹는 빵이나 설탕 등은 섭취 후 체내에 빠르게 흡수가 된다. 또 가정이나 급식소에서 사용하는 장류 등을 보면 직접 담가 오랜 시간 숙성을 통해 발효시킨 것이 아닌 것들이다.

이 같은 음식을 자주 즐겨먹다 보니 성격 자체도 가벼워지고 급히 행동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청소년 수련원에서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을 대상으로 심성훈련 시키는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음식을 통해 맑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지도하려 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수련원에서제공하는 음식을 기피하고 밤에 밖에 몰래 나가서 인스턴트식품 등을 사먹고 들어오곤 했고 행동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가공된 식품은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몸의 균형이 깨지면 욕구불만과 함께 포악해지게 된다. 음식이 성품을 만든다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달았다.

■ 사찰음식 전문가로서 아이들의 미각교육에 대한 견해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입맛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이렇게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이 전통식품을 멀리하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찾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인공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첨가된 음식에 길들여진 탓이다.

당장 유치원부터원내에 장독대를 만들고 직접 담근 장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식품의 영양학적 요소를 감안해 아이들의 음식을 만드는 것도 물론중요하지만 영양학적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몸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 잘못된 식습관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잘못된 식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 입맛을 바꾸고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각의 변화가 중요하다. 지금 먹는 이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어떤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잘못 형성된 입맛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6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뒤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찰음식의 교육을 위해 다시 강의 장소로 잰 걸음을 옮기는 선재스님의 뒷모습에서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그것은 소박하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사찰음식의 대가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강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기자의 코끝을 스치는 사찰음식의 향기도 감미로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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