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급식 관리 확대’ 규정 두고 시장 위축 우려
‘K-급식 관리 확대’ 규정 두고 시장 위축 우려
  • 이금미 기자
  • 승인 2022.05.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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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급식 위해영양관리체계 재설계 등 국민 선택권 보장
업계 “거리두기 해제 뒤 물가 인상 변수… 급식·외식 변화 불가피”
조리현장 “정부의 K-급식 명명 위상 걸맞은 건강·안전 방안 절실

[대한급식신문=이금미 기자] 정부 국정과제에 ‘K-급식’이 등장하면서 급식업계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일부에선 ‘K-급식 관리 확대’ 방안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자칫 규제 일변도로 흐를 경우 모처럼 활기를 찾은 급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리현장에선 K-급식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위상에 걸맞은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국내 대기업이 위탁 운영 중이 산업체급식소에서 직장인들이 급식을 먹는 모습.
국내 대기업이 위탁 운영 중이 산업체급식소에서 직장인들이 급식을 먹는 모습.

88 서울올림픽 기점 K-급식 태동
1398년(태조 7년) 지금의 서울 명륜동에 국립대학 성균관이 준공됐다. 이날 성균관 유생들에게 식사가 제공됐다. 단체급식 역사를 말할 때 ‘시초’로 언급되는 장면이다. 이후 1885년 근대의료기관 ‘광혜원’에서 첫 병원급식이 실시됐고, 6·25전쟁으로 인해 등장한 구호급식은 학교급식의 모태가 됐다. 1960년대를 지나면서 교정시설과 군대, 여러 산업체에서 급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K-급식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위탁급식 시장이 열리면서 태동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993년 학교급식이 실시되면서 대기업들의 진출도 빨라졌다.

급식업계는 앞선 정부가 공공급식 안정화 구축에 나섰다면, 새 정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급변한 최근 급식시장 흐름과 식생활 변화에 초점을 맞춰 K-급식 관리 확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로 공공급식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급식이 개학 연기, 온라인수업 전환 등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축소됐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산업체 위탁 단체급식 시장도 작아졌다. 여기에 더해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되고, 코로나 19 이전 일상을 회복하면서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가파른 물가 상승에 외식시장과 함께 급식시장도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급격한 물가 인상에 외식비가 오르면서 대학교나 공공기관, 커뮤니티급식 등 1만 원 이하 가격대를 유지하는 급식소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급식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17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위탁급식업체들이 늘어날수록 단체급식과 외식산업 간 공유 영역이 증가하므로 급식산업과 외식산업 구분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본래 급식산업이 사용자의 편익을 위해 제공되는 단체급식과 영리를 목적으로 식사를 판매하는 외식산업을 포괄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외식산업 규모는 2018년 기준 130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급식산업 초기에는 비영리 목적의 단체급식과 영리를 추구하는 외식산업 간 구분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식생활의 변화로 기준도 모호하고 구분도 쉽지 않다”면서 “급식산업이 연간 150조 원에 달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급식 안전과 영양관리 지원”
윤석열 정부는 식생활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K-급식 관리 확대 틀을 잡았다. 먼저 ▲K-급식 영양관리체계를 재설계하고 ▲맞춤형 메디푸드·건강기능식품의 적정섭취 기반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기한, 디지털·점자 표시 등 선택권 보장에 나선다.

동시에 ▲농약·동물약품 등 잔류검사기준(PLS)과 ▲방사능 검사·해외직구 관리를 강화하고 ▲온라인·새벽배송 등 안전망과 ▲식품·용기 안전검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식품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것.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물량이든 군급식 등 공공 물량이든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되면서 어차피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정부 규정이 늘어날수록 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생활 분야 국정과제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이하식약처)는 K-급식 관리 확대 규정에 대해 어린이와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급식소의 안전과 영양관리 지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별도로 영업장에 대해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중소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 산하기관에 혼재한 식생활 관련 안전과 영양관리 기준을 재설계해 통합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열악한 급식환경 K-급식과 엇박자
조리현장에선 식생활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조리실의 열악한 환경 등을 개선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30여 년 단체급식 역사를 들춰 보면 식중독 사고를 비롯해 산업재해 등 여러 문제를 노출하며 정체와 발전을 거듭해 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조리사들의 인건비는 급식경비에 식품비, 운영비와 함께 편성되면서 인건비가 오를 때마다 급식예산을 갉아먹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에 비로소 급식실 조리사가 폐암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해 관심의 눈길은 적었다. 조리현장에선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인건비 상승 ▲조리인력 부족 ▲건강과 안전 등을 꼽는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조리사는 “군급식 부실, 조리인력 대란, 산재 인정 등 지난 몇 년간 급식 관련 일련의 사건들에는 열악한 조리실 환경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며 “시설 자동화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예산 배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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