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교육청의 ‘대체인력풀’
못 믿을 교육청의 ‘대체인력풀’
  • 이금미 기자
  • 승인 2022.06.1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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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대체인력 대란에 학교급식실 ‘골병’
이래저래 쉽지 않은 대체인력… 부심하는 교육청
강원·충북, 정원 외 인력풀 선발… 평소 거점학교 배치 운용
전북 ‘인력풀제 조항 삭제·대체인력제 개선 TF 구성·운영’ 합의

[대한급식신문=이금미 기자] “교육청에서 학교급식실 조리· 조리실무사 대체인력 인력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습니다.”

학교급실식에서 한 조리실무사가 국솥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쐬며 국 배식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급실식에서 한 조리실무사가 국솥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쐬며 국 배식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A초등학교 영양교사 B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3~4월 코로나19 감염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조리실무사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때가 ‘어제 일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더 안타까운 상황은 여전히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강조했다.

학생 수가 1000명에 달하는 A초교 급식실은 지난 3~4월 대체인력 을 구하지 못해 공백 상태로 급식한 날도 있었다. B씨를 비롯해 모든 급식실 노동자들이 대체인력 구하기에 나서면서 겨우 버티는가 싶었다. 문제는 후유증이었다. 무리한 노동이 이어지면서 지난달에 접어들자 조리실무사들이 병가를 호소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인력풀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안산교육지원청을 통해 관내 여성인력개발센터로 연결됐으나 한두 달 전과 마찬가지로 “대체인력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고민 끝에 B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급식 대체인력’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고, 포털 사이트 에 ‘급식대체’ 카페를 개설했다. 인력풀만 믿고 있다가 조리실무사들이 모두 ‘골병’ 들 것이 우려돼서다.

B씨는 글을 올리고 카페를 개설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깜짝 놀랐다. 학교급식 대체인력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B씨는 “조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학교급식실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교육청에서도 인력풀을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어렵겠지만, 이런 활동이 하나의 밑거름이 돼 지역별로 인력풀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각 시·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 규직노조(위원장 박미향)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1만1903개교에서 직영급식을 하고 있다. 급식학생 수는 약 530만 명에 이른다. 학교급식실 조리사는 1만1000여 명으로 이 중 정규직 조리사는 약 1500명, 학교비정규직 조리사는 9600여 명 정도다. 여기에 더해 교육공무직 조리실무사는 4만9000여 명에 달한다.

영양(교)사는 영양교사 6000여 명, 교육공무직 영양사 4600여 명 등 약 1만6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4월 코로나19 무더기 감염 사태에 학교급식실마다 대체인력 대란을 맞았다.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평소 10여 명이 근무하던 급식실에서 6~7명이 일했다. 인원에 공백이 생긴 상태로 급식을 하다 보니 노동강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이상 병가를 쓰지도 못하고 아픈 몸으로 급식하는 사례도 잦았다.

시·도교육청마다 연중 상시 학교 조리·조리실무사 대체인력 인력풀 모집 공고를 내고 있지만, 학교급식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까닭이다. 실제 조리실무사 신규채용 시 다수 인원을 모집해 정원 외 나머지 인원은 대체인력 인력풀로 등록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등록 대체인력이라 하더라도 정작 학교급식실에 공백이 생기면 ▲다른 경제활동을 한다 ▲일정이 맞지 않다 ▲사용 기간이 짧다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응하지 않아 바로 투입이 쉽지 않다. 당장 학교급식실에선 ‘내일’이나 ‘모레’ 일정으로 대체인력을 구하는데, 갑작스런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인력풀이 확보됐더라도 같은 지역 안에서도 수십 km에 달하는 원거리 학교 급식실이라면 이 또한 대체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지원청마다 지역여성인력센터, 조리학원, 대학 등과 연계해 상시 인력풀을 가동 중이지만, 인력풀에 등록된 대체인력들이 취업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오래가지 않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급식 인원에 공백이 생겼을 시 영양(교)사나 조리·조리실무사들이 지인을 통해 직접 대체인력을 구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에 심각성을 인지해 노조가 나서 단체협약 등에 표준화된 대체인력제도와 관련 TF팀 구성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으나 물꼬가 트인 것도 최근이다.

전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는 지난달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청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됐다”면서 “각 교육청마다 단체협약 시기가 다르지만, 올해 안에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유력하면서도 효용성있는 방안으로 거점형제도가 꼽힌다. 현재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과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김병우)에서 시행하고 있다. 거점형제도는 정원 외 조리공무직 또는 조리실무사를 더 채용해 거점학교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평소 거점학교에서 근무하다 인근 학교에서 요청이 오면 투입되는 형태다.

현재 강원교육청은 18개 거점학교에 조리실무사 22명을 운용하고 있다. 4명으로 시작해서 5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충북교육청도 지난해부터 5명을 운용해 오고 있다.

앞서 전북교육청도 노조 단체들과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178차례의 실무교섭을 벌인 뒤 ▲감염병 등 재해로 인한 추가인력 필요 직종의 경우 사업부서 계획에 따라 일시·간헐적 인력 배치 노력 ▲모든 직종에 대해 채용 전 단시간 근무 경력 인정 ▲장기재직휴가 신설 ▲방학 중 비상시 직종 법정 의무교육 1일 유급 부여▲인력풀제 조항 삭제 ▲대체인력 제도개선 TF 구성·운영 등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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