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억제하는 고춧잎 나왔다
혈당 억제하는 고춧잎 나왔다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2.07.2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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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혈당 떨어뜨리는 고추 품종 ‘원기 2호’ 개발
기존 품종보다 AGI 3배 높고 나물·장아찌 등에도 활용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최근 식생활 등의 문제로 성인뿐만 아닌 소아에게도 당뇨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품종보다 혈당 억제 효과가 높은 고추 품종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이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많은 잎 전용 고추 품종 ‘원기 2호’를 개발했다.

당뇨에 좋은 잎 전용 고추 ‘원기 2호’.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며,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 인히비터(AGI)’는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효소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를 막아 혈당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당뇨병, 비만, 과당증 등 성인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농진청은 이러한 AGI 활성이 고춧잎에서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해 850여 점의 고추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을 분석하고, 지난 2008년 기존 고추 품종보다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약 4배 높은 ‘원기 1호’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직 배양을 통해 원기 1호보다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약 3배 높은 원기 2호 육성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원기 1호 개발 시 활성이 높았던 재료(FR1, FR2)들을 교배한 뒤 다시 약배양이라는 조직배양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재료를 만들게 됐고, 이를 통해 AGI 활성이 안정적으로 높은 원기 2호를 개발하게 됐다.

원기 2호의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은 74.8%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당뇨병 치료약 ‘아카보스(80.2%)’만큼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원기 2호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항당뇨·항비만 유효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당뇨병을 유발한 동물(쥐)에게 원기 2호의 잎 추출물을 8주간 투여했다. 그 결과, 공복 혈당·복강 내 당부하·당화혈색소·혈장 인슐린 농도·혈중 지질 등 11개 지표가 당뇨병을 유발한 뒤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개선됐다.

원기 2호의 잎은 일반 고춧잎처럼 나물, 장아찌, 전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으며, 열매도 일반 풋고추처럼 섭취할 수 있고, 재배 방법도 비슷하다.

현재 원기 2호는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 후 보호 등록을 위한 재배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호 등록 전 품종을 보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종묘회사 등에 통상 실시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열매 생산을 목적으로 고추를 재배하며, 잎이나 줄기는 버리는 부산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춧잎에 기능 성분이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반 품종보다 기능성이 높은 품종을 만드는 등 식품 원료로 고춧잎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원기 2호 고춧잎 생산 기술과 잎 전용 품종에 대한 홍보, 제품 고급화를 위한 포장 등 현장 요청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 포천에서 원기 2호를 시범 재배하는 김규동 씨는 “기존 품종과 차별화된 품종이 개발돼 반갑다”며 “원기 2호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문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장은 “이번에 소개한 잎 전용 고추 원기 2호는 흔히 부산물로 취급되는 고춧잎에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 성분이 풍부한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며 “앞으로도 기능 성분을 함유한 채소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메타볼라이트(metabolites)’에 지난해 게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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