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욕심’… 군급식 개선 뒷전되나
농가의 ‘욕심’… 군급식 개선 뒷전되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0.1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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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들, “3년간 수의계약 물량 70% 유지, 수용하라”
현장, “군장병이 군급식의 주체, 소모성 갈등 멈춰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이 본격 시행된 지 5개월이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군급식 식자재 납품방식을 두고 국방부(장관 이종섭)와 강원도 접경지역 농가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특정 농가들의 ‘욕심’이란 지적과 함께 정작 군급식의 주체인 장병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실급식 근절’ 위한 종합대책 시행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갈등은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기인한다. 국방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 불거진 부실급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군급식의 중심을 공급자가 아닌 장병들에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기존 군급식은 식자재를 공급받은 후 이에 맞춰 식단을 편성해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50여 년간 이어온 이 같은 방식이 신세대 장병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 장병들의 선호메뉴를 파악해 식단을 작성한 뒤 이에 맞춰 식자재를 공급받는 체계로 변경했다. 그리고 공급체계도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조달 형태로 변경했다. 

두 번째는 조리인력 확충 및 조리교육 강화다. 국방부는 과거 ‘선호’ 보직이었던 조리병이 점점 ‘기피’ 대상이 되면서 결국 부족해진 조리병으로 인해 부실급식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민간조리원 증원과 수당 신설, 조리환경 개선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한편 부대별 영양사 배치를 확대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마지막은 장병 기본급식비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민간위탁 시범사업과 민간인력 활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는 올해 기본급식비를 1일 1만100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2024년까지 1만5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접경지역 농가의 반발, 이어진 갈등

군급식에 소요되는 식자재 예산은 약 1조2000억 원(2020년 기준) 정도로, 국방부가 내세운 종합대책에서 농가들이 크게 반발한 부분은 식자재 공급체계의 개편이다. 

공급체계 개편 전 접경지역 농가들은 협동조합과 계약을 맺어 군납용 농·축산물을 생산했고, 국방부는 농협 등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어 공급을 받았다. 즉 접경지역 농가들이 군납에 크게 의존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이 같은 상황에 놓이자 국방부는 당장 납품처를 잃게 될 농가들을 위해 경쟁조달 체계 도입 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2022년에는 2021년 대비 70%, 2023년에는 50%, 2024년에는 30%까지 낮춘 뒤 2025년부터는 완전 경쟁체계로 들어서는 단계적 수의계약 물량 감축을 시행했다. 

하지만 당장 납품 물량이 줄어든 농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군납 농가가 가장 많은 강원도 화천지역을 중심으로 반대연합체를 꾸려 종합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3년간 수의계약 70% 유지… ‘낭설’

특히 지난 9월에는 농가와 농협 측에서 “국방부가 농가들이 제시한 ‘향후 3년간 수의계약 물량 70% 유지’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혀 갈등이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국방부가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가짜뉴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한 일간지는 지난달 29일 익명의 강원지역 모 축협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도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화할 수는 없지만, 국방부가 농가들의 어려움을 이해해 ‘3년간 70% 유지’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2023년 군급식 방침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공식화된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 담당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농협 및 농가들과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3년간 70% 유지) 대안이나 종합계획 변경 등에 관해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만 지역인증 농산물은 수의계약 물량과 관계없이 우선구매 대상이 되는 제도와 경쟁입찰 시 접경지역 농산물에 가점을 주는 방안 등 군납 농가들을 도울 대책에 대해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급식의 주인, 군장병은 어딨나”

양 측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내년 군급식 방침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서 군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상 군급식 방침은 매년 12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발표돼 이듬해 4월부터 일선 부대에 적용된다. 일부 급식 관계자들은 현재 갈등을 ‘기득권의 과욕’이라고 비판하면서 농가들이 ‘양보’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마련된 종합대책에 관여했던 한 급식 전문가는 “지금의 갈등은 지난 50여 년간 이어져 온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라며 “군급식의 진정한 주인은 장병들이며, 이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질 수도, 길게 이어질 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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