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도마 위 오른 ‘병설유치원급식’
또다시 도마 위 오른 ‘병설유치원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0.20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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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나온 ‘짬뽕 문제’… 대안 쉽지 않아 현장은 ‘한숨’
매번 반복된 지적…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급식 분리가 ‘해법’

“병설유치원급식에 매운 짬뽕이 나와 아이들이 밥을 못 먹고 집에 온답니다. 배가 고픈 아이들이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고 부모님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개선 방법이 있는 건가요?”(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그동안 불가피하게 초등학교 급식과 함께 운영되면서 식단도 동일하게 제공돼 논란이 일었던 병설유치원급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해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지긴 했지만, 근본적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설유치원급식으로 나온 짬뽕… 그래도 초등 급식과 분리는 어려워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도의회 회의에서 병설유치원급식으로 제공된 유치원생이 먹기 어려운 매운 짬뽕 등의 메뉴가 담긴 식단 사진 4장을 공개했다.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이 공개한 제주도내 4개 초등학교 급식 사진. 짬뽕 등 매운 음식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치원생들도 먹는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이 공개한 제주도내 4개 초등학교 급식 사진. 짬뽕 등 매운 음식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치원생들도 먹는다고 설명했다.

현 의원은 해당 사진이 학부모로부터 제보받은 사진이라며 “순두부찌개와 짬뽕, 김치볶음밥 등 매운 음식이 들어있고, 모두 4개 병설유치원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아이들이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초등학교와 급식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병설유치원의 현실이 숨어있다. 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들은 초등학생에 비해 소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저작기능(음식물을 씹는 능력)도 약하다. 여기에 자극적인 음식을 소화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워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에 비해 인원이 극도로 적어 별도 조리시설은 물론 운영인력조차 갖추기 어렵다. 정부가 운영하는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병설유치원은 4342곳이며, 이곳의 평균 원아 수는 21.5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설유치원급식을 초등학교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실정. 서울교육청과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두 지역의 병설유치원은 총 1311곳으로 모두 초등학교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1~6학년까지 연령 폭이 큰 초등학교는 모든 재학생이 먹을 수 있도록 가급적 3·4학년대에 맞는 식단과 조리법을 택하는데 결국 이 식단이 유치원생에게도 제공되는 것이다.

“유치원생 먹을 식단 아니다” vs “명칭만 같은, 완전 다른 메뉴”

이번 파장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실제 병설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주장과 함께 급식 종사자들의 여러 노력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급식이 매워 못 먹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먹는 양이 또래에 비해 많고, 가리는 음식도 별로 없는데 가끔 급식이 매워 못 먹고 집에 오는 걸 보면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들이 충분히 공감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직접 식단을 작성하는 영양(교)사들은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들은 유아 발달과정과 식생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메뉴 이름이 ‘짬뽕’이라 중화요리 짬뽕을 생각하기 쉽지만, 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이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매운맛과 염도를 조절해 제공하고, 유치원은 여기에 더 맛을 줄여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도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조절이 덜 된 음식이 제공될 수는 있지만, 이는 시스템 문제지 급식 종사자의 잘못은 아니다”며 “매년 유사한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예산과 인력을 더 투입해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에게 고춧가루를 뿌린 콩나물무침이 제공되면 유치원생에게는 고춧가루를 빼고 제공하는 식으로 별도 메뉴를 제공한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해 별도 메뉴 제공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일선 학교에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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