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본 친환경농산물의 ‘수상한 전처리’
올본 친환경농산물의 ‘수상한 전처리’
  • 정명석 기자
  • 승인 2022.10.21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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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교급식 공급량 중 HACCP 인증 전처리시설 이용률 ‘17%’
이종태 서울시의원 “친환경농산물 우대했는데 위생관리는 도외시”

[대한급식신문=정명석 기자] 서울시내 학교급식에 공급된 친환경농산물 상당수가 HACCP 미인증시설에서 전처리작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생산과정에서 농약과 비료 사용 등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 친환경농산물이 오히려 전처리과정에서는 위생관리를 도외시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친환경농산물의 전처리 과정 시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친환경농산물의 전처리 과정 시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종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이하 올본)가 2021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시내 각 학교에 공급한 친환경농산물 중 HACCP 인증시설에서 전처리된 물량은 전체 물량 17%(768t)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머지 83%(3872t)는 위생 기준이 모호한 일반시설에서 전처리 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높은 위생관리가 요구되는 감자·고구마·당근 등의 품목 2315t 중 77%(1782t)가 HACCP 미인증시설에서 전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은 매년 초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친환경, HACCP 등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친환경농산물 70% 이상 구매가 주요 지침이다.

이 같은 친환경농산물은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농약 사용이 적어 벌레가 생기거나 외관이 일반농산물에 비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급식소 납품 전 반드시 전처리작업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친환경농산물은 산지 선별작업부터 유통과정의 소분, 조리 전 전처리과정에 일반농산물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전처리도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맡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통계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간 올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납품된 농·축·수산물을 집하한 뒤 철저한 사전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이를 통과한 식자재만 학교로 납품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고가의 분석장비 도입은 물론 검사인력도 확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올본 측에 식자재가 도착하기 전 단계부터 문제가 생길 여지가 발견된 것이라 추후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서울교육청의 친환경농산물 사용 권장 정책에 따라 이미 판로가 확보된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HACCP 인증시설 사용을 의도적으로 기피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며 “서울교육청은 친환경농산물 우대정책을 지향하면서 정작 위생적 처리는 눈감아왔다는 것인데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즉각 이번 사안에 대한 개선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올본 측은 법령상 납품업체 선정기준에서 HACCP 전처리업체 이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올본 고위 임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친환경농산물 전처리작업은 씻고 자르는 단순한 과정이라 HACCP 인증시설 이용이 중요한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며 “최근 ‘업체선정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이 이 같은 HACCP 인증 전처리시설 이용 의무화를 제안했다가 부결됐었는데 법령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재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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