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법적 직무 침해 법률 “결사 반대”
영양사 법적 직무 침해 법률 “결사 반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1.06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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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식품법, 특수의료용도식품 판매관리인에 ‘약사’도 포함
영협 “환자식단 작성은 영양사 전문 영역… 반대 활동 나설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메디컬 푸드’, 이른바 의료용식품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정부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과 ‘영양’에 유일한 전문가인 영양사 직군의 영역이 침해될 가능성이 큰 법안이 발의돼 우려를 낳고 있다.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를 비롯한 각종 영양사 단체와 단체급식 업계에서는 현행제도와 상충되며, 영양사의 법적 직무까지 침해하는 이번 법안 추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 임상영양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 임상영양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올 초 본격화된 의료용식품 논의

의료용식품은 ‘환자의 영양공급을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제조·가공된 식품’을 지칭한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당분이 제거된 별도 식품을,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는 장의 흡수력을 높이는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용식품에 대한 논의는 몇 년간 준비를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는 올해 1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를 개편하면서 ‘특수의료용도식품’군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를 ▲표준형 영양조제식품 ▲맞춤형 영양조제식품 ▲식단형 식사관리식품 등 3종류로 구분했다. 

여기에 전혜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용식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용식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이하 건강보험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더욱 급진전됐다. 

전 의원은 의료용식품법에서 특수의료용도식품의 목적과 정의, 역할과 판매, 이력추적관리, 벌칙조항 등을 폭넓게 규정했다. 이어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건강보험법에 특수의료용도식품의 건강보험 적용까지 제안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25일 이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제출한 상태며, 11월 중 해당 상임위에 회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인데 판매관리인에 ‘약사’?

이 법안에 대해 영양사 단체와 단체급식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의료용식품법 제13조(판매관리인)다. 전 의원은 특수의료용도식품의 ‘판매관리인’에 ‘의사’ ‘영양사’와 함께 ‘약사’를 포함시켰다. 

발의된 법령에 따르면, 특수의료용도식품 판매업자는 환자 건강 보호와 의료용식품의 적정한 공급 및 유통·판매를 위해 판매관리인을 두어야 하며, 판매관리인은 ▲환자의 섭취 지도 ▲이상 사례 보고 ▲제품 품질 및 위생관리 ▲판매 및 종업원 지도·감독 등 4가지 역할을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판매관리인 자격에 ‘의사, 약사 또는 영양사의 자격’을 요구한 것.식약처의 개정고시에 따르면,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의사의 질환 진단과 처방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제공된다. 예를 들면 의사가 당뇨병 환자를 진찰하면서 당뇨병 진전 정도, 합병증 유무, 건강상태 등을 판단해 필요 칼로리와 필수 영양소 등을 진단하면 영양사는 이를 토대로 영양조제식품을 추천하거나 환자 개인 맞춤형 식단 등을 제공한다. 

반면 약사의 전문영역은 ‘약’이다. 의료용이라지만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엄연히 ‘식품’의 영역이며, 식단형 식사관리식품에서의 ‘식단 작성’은 식품위생법에 명시된 영양사의 법적 직무이기 때문에 각종 영양사 단체와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약사가 식단 작성? “위태롭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영협 측은 법안 발의 직후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고,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을 찾아 반대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혜진 영협 회장은 “올해 1월 새롭게 신설된 식단형 식사관리식품은 병원에서 질환에 따라 입원환자의 식단을 관리하듯,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환자식단을 의미한다”며 “특히 의료용식품법 판매관리인 조항에 약사 직군을 포함시킨 것은 개편된 지 1년도 안 된 현행제도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현행법에 규정된 임상영양사의 법적 직무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안은 보건의료직종간의 갈등과 현장 혼란은 물론 비전문가에 의한 식사 관리로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며 “영협은 모든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영양사 직능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반대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전 의원실 담당 보좌관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대안을 내도록 노력하자는 것이 의원실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이견을 제시한 영협 등 단체와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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