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포도 3송이인데… 경기도선 무려 ‘1만6000원’
일반 포도 3송이인데… 경기도선 무려 ‘1만6000원’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1.2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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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 “폭리 취하는 것, 식자재 가격 결정의 구체적 근거 밝혀라”
경기진흥원 “가격결정위에서 내린 합리적 결정, 필요시 자료 공개도 검토”

“불가피하게 포도를 급하게 발주했는데 가격을 보고 도저히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품질이 좋지도 않은 일반 포도 1kg(3송이) 가격이 무려 1만6000원이었답니다. 아무리 급발주라지만, 같은 기간 서울지역 일반 포도 1kg은 9720원이었는데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도대체 어떻게 가격을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경기도 하남시 A영양교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을 총괄하는 (재)경기도농수산진흥원(원장 안대성, 이하 경기진흥원)의 식자재 가격을 두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영양(교)사들은 경기진흥원이 식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친환경보다 비싼 일반 포도 

대한급식신문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진흥원이 올해 7~8월 기준 학교에 제시한 친환경 포도(캠벨) 가격은 kg당 1만1130원이며, 일반 포도는 kg당 1만750원이었다. 

지난 9월 경기도 한 학교에 납품된 친환경 포도. 이 사진을 본지에 제공한 경기도내 모 영양교사는 시든 포도알이 너무 많아 끝내 급식에 내지 못한 포도라고 토로했다.
지난 9월 경기도 한 학교에 납품된 친환경 포도. 이 사진을 본지에 제공한 경기도내 모 영양교사는 시든 포도알이 너무 많아 끝내 급식에 내지 못한 포도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 가격 차이는 9~11월 되면서 크게 역전됐다. 친환경 포도는 kg당 9290원인 반면, 일반 포도는 무려 1만6050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일반 포도 가격은 972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9~11월 당시 경기진흥원이 제시한 일반 포도가격이 kg당 1만1560원임을 감안하면 무려 40% 가까이 높아진 것. 특히 9월은 대다수 포도의 수확이 끝낸 시점이라 시장 공급물량이 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오히려 크게 상승한 것이다. 

A영양교사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정상적이어서 경기진흥원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청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다”며 “가격이 이렇게 비싼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사전 통보 가격, 시장가는 ‘외면’

경기진흥원은 3개월 단위로 식자재 가격을 결정해 각 학교에 공시한다. 이 같은 가격 결정은 경기진흥원 임·직원과 농산물 유통 전문가, 대학교수, 영양(교)사, 농업인 등이 참여하는 ‘가격결정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즉 현재 제시된 가격은 각 분기 시작 전에 책정된 가격인 셈이다. 

9~11월 1만6050원이었던 일반 포도 가격 역시 이미 8월 초 학교로 통보된 가격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경기진흥원은 ‘사전 학교 측과 협의가 끝난 가격’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시장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제공하는 ‘농산물유통정보’에 게시한 가격을 보면 올해 9월 30일 기준 일반 포도 평균 소매가격은 kg당 7492원이었다. 10월 30일 기준가격도 kg당 7870원에 불과했다. 

A영양교사는 “당시 배송업체는 마트에서 구입해 공급했다고 했는데 마트 구입 가격이 kg당 1만500원 가량이었다”며 “5000원 이상 경기진흥원이 폭리를 취한 것으로, 당초 1만6050원이라는 가격 설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비싼 가격의 주범 ‘관외농산물’

현장에서는 이처럼 높은 가격의 주범이 ‘관외농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는 관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이 많고, 이를 경기진흥원이 일괄 구매해 학교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학교와 학생이 워낙 많아 도내 생산량만으로 수요량을 모두 충당하기가 어려워 매년 일정 비율의 ‘관외농산물’을 구입해왔다. 관내농산물과 관외농산물의 비율은 시기별로 약간 차이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60~70%(관내)와 30~40%(관외) 가량이었다. 

(재)경기도농수산진흥원
(재)경기도농수산진흥원

문제는 관내농산물보다 산지에서 직접 들여오는 관외농산물의 가격이 월등히 비싼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리고 이 같은 가격 편차가 큰 관외농산물은 경기도 학교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경기도내 B영양교사는 “강원도에 연수를 갔다가 그 지역 영양교사에게 감자 가격을 듣고 크게 놀랐다”며 “감자 가격이 강원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쌌는데 유통비용을 감안한다 해도 지나치게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어떤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지 궁금했는데 경기진흥원은 가격결정위원회가 결정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합리적 가격… 단순 평가 ‘불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기진흥원 측은 “가격 책정은 합리적으로 결정됐으며 특정 품목 단순 비교로 가격이 비싸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경기진흥원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A영양교사 측이 당일 급발주를 넣어 배송업체가 어쩔 수 없이 외부 대형마트에서 구매해 공급한 것”이라며 “1만6050원이란 가격 역시 지난 8월 초에 경기도 모든 학교와 약속을 한 것이라 배송업체나 경기진흥원이 임의 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포도는 대부분 농가와 계약재배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지만, 학교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반 포도는 물량도 적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3개월 단위로 가격변동을 예측해 단가를 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농산물의 특성에 따른 물량 변동, 천재지변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해외 이슈들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인 경기진흥원은 가격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공급하는 역할만 하고 있어 폭리를 취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다만 학교 측에서 요청하는 가격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내부 논의를 거쳐 가격 결정 과정과 근거 자료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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