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못 걸러 무용지물된 ‘그리스트랩’
기름 못 걸러 무용지물된 ‘그리스트랩’
  • 정명석 기자
  • 승인 2022.11.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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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지 서울시의원, 학교급식실 그리스트랩 사용실태 지적
그리스트랩 관리 소홀, 환경파괴에 식중독 등 2차 피해 발생

[대한급식신문=정명석 기자] 학교급식실에서 배출되는 기름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걸러내는 ‘그리스트랩(grease trap)’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기름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하수도로 배출돼 환경파괴는 물론 식중독, 하수관 가스 누출 등 2차 피해 발생 위험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채수지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원장 임영식, 이하 진흥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에서 ‘학교급식 조리실의 그리스트랩 부정 사용 및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8일 열린 진흥원에 대한 행감에서 채수지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지난 8일 열린 진흥원에 대한 행감에서 채수지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그리스트랩은 배수관 내벽에 기름 등이 들러붙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기구로, 조리나 설거지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유수(油水)가 하수도로 흘러가는 유출구 뒤에 설치된다. 

채 의원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에서 그리스트랩 부속품인 칸막이와 P트랩 등이 제거된 상태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트랩을 제거해 사용하는 것은 기름 찌꺼기가 끼게 되면 청소가 매우 어렵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리와 세척과정 등에서 발생한 기름은 그대로 하수도로 배출된다.

여기에 그리스트랩은 땅에 깊숙이 매몰되어 있고, P트랩은 하수구 안쪽을 감싸는 형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분리된 폐지방을 걷어낼 적절한 방법도 없다. 따라서 조리 종사자들이 직접 손으로 걸러진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 

심지어 일부 학교급식실에서는 그리스트랩 처리량을 상회하는 기름이 배출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악취와 함께 하수도가 역류하거나 바이러스 증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학교급식시설관리지침’ 등에 폐지방 관리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채 의원은 “P트랩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하수도가 막히면 뜨거운 물을 부어 일시적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며 “이로 인한 하수관 내 굳은 기름으로 운동장을 뜯는 공사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트랩의 구조.
그리스트랩의 구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리스트랩 청소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모든 학교에 보급하기에는 예산상 어려움이 따른다.

한편 그리스트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용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학교 급식실 내 그리스트랩 부정 사용 및 관리 소홀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진흥원 측은 “위생점검을 통해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행감에서 채 의원이 확인한 결과, 그리스트랩 관리는 지난해와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학교급식 현장에서 P트랩을 분리해 사용하는 등 관리 소홀이 지속되고 있었다.

채 의원은 “그리스트랩을 비정상적으로 사용 시 환경파괴와 해충, 악취, 위생, 안전사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관부서인 진흥원이 직접 나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임영식 진흥원장은 “이번에 지적된 부분까지 모두 감안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채 의원은 또 “(이번 그리스트랩 부정 사용 등에 대한 문제를 막기 위해)느슨한 학교 폐지방 처리에 관한 법규를 구체화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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