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지고 비싸면 구매 안 해…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 필요
[대한급식신문=한명환 기자]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아동급식카드 사용 시 영양보다 가격을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급식카드 이용이 주로 편의점에서 이뤄져 사용하는 아이들 일부는 자신의 체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수진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사 연구팀이 2021년 2월부터 7월까지 아동급식카드 이용 경험이 있는 부산지역 대학생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번 면접에서는 아동급식카드 사용의 장‧단점과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면접자들은 아동급식카드로 식품을 선택할 때 영양보다 가격과 맛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가격이라면 양을 고려하고, 혼자 먹기보다는 형제와 나눠먹는 것을 고려해 구매했다.
조사에 참여한 A씨는 연구팀과의 면담에서 “나는 약간 가성비를 따졌던 것 같다”며 “아무리 맛있어도 가격이 비싸면 안 샀다”고 전했다. 또 다른 B씨는 “하루 한도에 따라 동생이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걸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빈곤 가구는 재정적인 한계로 식품을 선택할 때 영양이나 건강보다는 가격을 우선해 식품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정에 음식이 충분하지 못해 아이들은 음식섭취가 가능할 때 한 번에 많이 먹고 축적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는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동급식카드의 편향적인 이용도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다. 면접자들 대부분은 편의점을 주로 이용했고, 식사 대용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김밥, 컵라면, 우유 등을 많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사를 대신하는 간식으로는 쿠키, 마카롱, 음료수 등을 구입했다.
이처럼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면서 익숙해졌다는 면접자가 있었으며, 심지어 아동급식카드 사용이 자신의 체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면접자도 있었다. C씨는 “원래 무척 마른 체형이었는데 아동급식카드를 쓰면서 뭔가 살이 많이 쪘던 것 같다”며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면서)먹었던 음식 대부분이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D씨는 “학교급식은 영양사 선생님이 작성한 식단에 따르다 보니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을 안 하지만, 아동급식카드로 구매하는 식품은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가 발표한 ‘편의점 식품 섭취에 대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주로 섭취하는 편의점 식품은 라면, 김밥, 음료수, 햄버거, 과자 등의 순이었다.
이런 식품은 총 지방 함량이나 포화지방·나트륨의 비중은 높고, 무기질과 비타민, 섬유질의 함량은 낮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편의점 위주 식생활이 계속될 경우 아동비만이나 고혈압, 아토피성 피부염을 초래할 수 있고, 성인기에는 관상동맥질환 등의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식품 선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면접자들 역시 식사의 질과 영양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 단순히 가맹점 위치와 종류 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식품의 영양성분을 확인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E씨는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도 좋은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히 있다”며 “잘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한 식생활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부산시 거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는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