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식품법 강행 추진… 결국 ‘무리수’ 되나
의료용식품법 강행 추진… 결국 ‘무리수’ 되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2.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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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실 “법안 추진 의지 변함없고, 의견 수렴은 계속할 것”
촉박한 일정에 신속 처리 시도할 수도… 영협 “반대 입장 지속할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의사·식품·소비자 등의 관련 단체에서 일제히 ‘신중 검토’를 요구한 ‘의료용식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용식품법)’에 대해 대표발의자인 전혜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측이 원안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양사 사회에서는 영양사의 법적 직무를 침범하는 법 조항으로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원안 추진을 고수하는 것이 전 의원의 출신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내놓고 있다. <본지 347·348호(2022년 10월 23일자·11월 7일자) 참조>

“약사 직군만 위한 법” 비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7일 의료용식품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용식품법과 관련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이효율)와 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를 비롯한 단체들은 법안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일제히 ‘신중 검토’를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용식품도 기본적으로 ‘식품’인데 의·약학적 관점에서 제정된 법령을 적용할 경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협은 “의료용식품 판매 권한을 영양사와 약사에게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은 직역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대표발의한 전 의원실의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 전 의원실 보좌관은 지난달 25일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신중 검토 의견은 전달받았으며, 의원실 공식 입장은 아직 변함이 없다”면서 “(약사 직역의 판매관리인 제외 요청에 대해)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

‘약사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 

이처럼 관련 단체가 일제히 신중한 검토를 요구함에도 법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 의원이 ‘약사 출신’이고, 이 법은 ‘약사 직군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의 역할과 권위가 크게 약화되자 약사 사회에서는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로 약사를 ‘건강전문가’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약국에서 전문의약품 외에도 약사가 판매할 수 있는 각종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관련된 노력의 일환이다. 

2004년 정치계로 진출 전까지 경북지역 약사회장을 맡는 등 약 20여 년간 약사로 일한 바 있는 전 의원이 이번 법안을 추진한 것도 출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용식품법은 이른바 ‘급여화’를 전제로 한 법안이어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전 의원실은 의료용식품 중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료용식품’을 별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일정 금액을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국민들이 병·의원 진료와 치료 시 건보공단의 보장을 받는 것과 동일한 제도다. 

물론 건보공단의 보장을 받는 식품이 되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만, 이는 의료용식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업체 혹은 제약사 역할이다. 따라서 처방 및 제공자는 급여화 품목에 해당 식품만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수익 증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용식품도 분명한 ‘식품’

하지만 대다수 관련 단체에서 언급하듯 의료용식품은 ‘식품’이다. 정제와 알약 형태가 많은 영양제 혹은 건강기능식품과는 엄연히 다르다. 

예비 임상영양사의 치료식 상담 모습(사진 :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홈페이지)
예비 임상영양사의 치료식 상담 모습(사진 :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홈페이지)

식품과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의 영양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신체에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식자재를 어떤 조리과정을 거치며, 또 어떻게 위생적이고 안전한 관리를 할 것인가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약사는 대학 등 전문교육 과정에서 식품에 대해 배우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의 역할과 이해’가 사실상 전부다. 매년 실시되는 약사 보수교육도 새로운 약 성분과 부작용 등에 대한 교육일 뿐 식품에 관한 전문교육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 임상영양사는 “약사는 식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으면서 왜 팔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약사가 단탄지(단백질·탄수화물·지방)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실 담당 보좌관은 “의원실의 공식 입장은 의료용식품 체계화를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법안은 직역 간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며, 원활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촉박한 시간, 법안 추진 가능할까

영양사 사회에서는 전 의원이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 추진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임기를 약 1년 5개월 남긴 현 국회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2024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사실상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9월 이전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한다. 

여의도가톨릭성모병원 영양팀이 구성한 치료식(사진 : 여의도가톨릭성모병원).
여의도가톨릭성모병원 영양팀이 구성한 치료식(사진 : 여의도가톨릭성모병원).

특히 이번 의료용식품법은 개정안이 아닌 ‘제정안’인 터라 법조문에 대한 세세한 심사가 필요하고, 건보공단 소요 예산 등의 예측과 대안 마련도 필요해 시일은 더 많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얼마 전 국정감사가 끝났고, 12월 말까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기간이며, 법안 논의도 일시 중단된 상태라 시간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안 추진 강행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성격에 따라, 혹은 정당 차원에서 지지하는 법안이라면 신속 처리될 가능성도 있으나 이번 제정안은 시급을 요하는 쟁점법안도 아닌 데다 다수 관련 단체의 반대도 있어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영협 관계자는 “이번 법안 추진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전 의원실뿐만 아니라 법안심사소위원회 의원들과도 면담을 추진하는 등 반대 입장을 꾸준히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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